우주를 향해 쏴라, 한국 발사체 기술의 현 궤도
우주를 향해 쏴라, 한국 발사체 기술의 현 궤도
  • 나영인 기자
  • 승인 2011.11.27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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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핵심 1단 발사체의 기술 공유가 봉쇄돼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한 예산, 인력 집중이 관건

지난 3일(목) 중국의 무인 우주선 선저우 8호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도킹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3번째로 우주도킹에 성공한 국가가 됐으며 향후 우주정거장 운영과 유인 달 탐사에도 성큼 다가섰다. 중국의 성공적인 우주개발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발사체 기술에 있다. 장영근 교수(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는 “중국의 독자적 발사체 기술과 유인 우주선 기술은 유인 달 탐사를 충분히 가능케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발사체 또는 로켓은 인공위성 등의 탑재물을 지구로부터 우주로 옮기는 데 사용된다. 아무리 좋은 위성 개발 기술이 있어도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이 없으면 위성을 올리지 못하거나 외국 로켓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 게다가 발사체는 핵탄두와 결합하면 핵미사일이 되기 때문에 발사체 기술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고르 아파니시예브는 저서 『세계 우주클럽』에서 “우주발사체의 보유는 잠재적 국방력을 입증하며 정치적으로 히든 카드에 해당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국 우주개발의 맹아', 나로호?

그렇다면 국내 발사체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로 알려진 ‘나로호(KSLV-I)’다. 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1996)에 따르면 나로호는 다목적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한국형 발사체(KSLV-II)'의 ‘시험 비행용’ 단계에 해당한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서 발표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07~16)에 따르면 나로호 개발을 통해 습득한 기술과 경험은 한국형 발사체 기술 확보의 바탕이 된다. 하지만 2009년과 2010년에 연이어 나로호 발사가 실패하면서 사업을 주도했던 교과부와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사회적 질타를 받았고 이후 나로호를 협력 개발했던 러시아와 실패에 대한 책임공방이 이어졌다.

1년 4개월간 끌어오던 책임공방은 지난 10월에야 한·러 공동조사단(FIG) 2차 회의를 거쳐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공동 조사단은 러시아가 제작한 1단 추진시스템과 한국이 제작한 2단 비행종단시스템(FTS) 모두에 오작동이 있었다고 정리했다. 한·러의 쌍방 과실이 인정됨에 따라 한국은 내년 8월경 예정된 3차 발사 사업에 1단 발사체와 용역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비용만 지불하게 됐다. 한·러가 나로호 사업 초기에 맺은 계약상 1,2차 발사가 모두 실패하고 러시아에도 책임이 있으면 3차 발사에 필요한 1단 발사체와 용역 비용은 러시아가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미 1단 발사체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 역시 ‘나로호발사추진단’을 꾸려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3차 발사에 탑재될 ‘나로과학위성’ 제작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나로호 3차 발사가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로호개발사업 자문위원인 정선종 박사(前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는 “설령 3차 발사를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립적 발사체 기술 개발’에 얼마나 실질적인 밑거름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인공위성 ‘우리별’ 위성 발사에 일조했던 최순달 명예교수(KAIST) 역시 “전혀 발사를 해보지 않는 것보단 나을 수 있지만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 개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로호의 못 다한 이야기

이러한 지적들이 제기되는 이유는 발사체 기술의 핵심인 1단 액체엔진 발사체 제작이 나로호의 경우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해 수행됐기 때문이다. 발사체를 목표 궤도 근처까지 쏴 올리기 위한 1단 액체엔진 발사체는 상단(2단)에 비해 훨씬 강력한 추진력을 갖춰야 하는 만큼 가장 어렵고 중요한 기술이다. 액체엔진은 연소실에서 액체연료를 산화제와 섞어 태워 생긴 가스를 노즐로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데(작용-반작용 원리) 이 과정에서 추진에 필요한 화염 온도를 확보하면서도 발사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벼운 냉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을 요한다. 또 연소실에 연료를 주입하기 위해 충분히 고압이면서도 다른 연료 펌프에 비해 가벼운 터보펌프는 그 기술의 난이도가 상당해 액체엔진 개발에 난점을 더한다.

정부는 2001년 1단 액체엔진 기술을 이미 보유한 러시아와 나로호 공동개발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지만 한국은 결국 1단 액체엔진 기술을 러시아와 공유할 수 없게 됐다. 양국이 2006년 10월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의 1단 액체엔진 발사체 기술에 대한 한국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나로호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

1단 액체엔진 발사체에 대한 기술이전이 없는데도 나로호 사업이 진행된 것에는 정치적 요인이 개입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항우연 김승조 원장(기계공학부)은 “1998년 북한에서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하자 정치권에서는 빨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마련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발사체 기술 확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느낀 정부가 당초 2010년이었던 위성발사 시기를 2005년으로 앞당겼고 그 기간 내에 위성을 쏠 기술이 없었던 항우연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최순달 명예교수는 “당시 결정을 내리던 회의에 참석했는데 항우연 연구원들이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2005년 내로 해내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물론 나로호 사업에서 얻은 성과가 전무하지는 않다. 자체 개발한 나로호 상단부와 관련해 자동유도항법/제어기술, 위성을 궤도에 투입시키는 킥모터 기술 등은 확보됐다. 또 항우연 채연석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조립 기술, 발사장 구축, 실제 발사 전 과정 경험 등의 성과들이 있다”고 말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이 기술과 예산, 일정을 모두 설계하고 운영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을 얻었다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나로호가 이룬 여러 세부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서 시급히 확보돼야 하는 것은 75톤급 액체엔진 기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형 발사체는 2단으로 구성된 나로호와 달리 3단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1단은 75톤급 액체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clustering)한 300톤급,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개, 3단은 5~10톤급 액체엔진 1개가 장착된다.

항우연은 나로호 사업과 별개로 30톤급 액체엔진의 기본적인 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75톤급 액체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자체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형 발사체 사업단(박태학 단장)’이 따로 조직돼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1년 최종발사를 목표로 총 1조 5499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하지만 항우연의 평가처럼 30톤급 엔진기술이 바로 75톤급으로 이어지기는 기술적으로 순탄치 않아 보인다. 장영근 교수는 “30톤급 엔진은 우주발사체에 직접 적용해 발사할 비행모델(FM)이 아닌 엔지니어링 모델(EM)로 개발됐기 때문에 실제로 발사될 75톤급 액체엔진과의 기술적 차이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발사체 엔진 하나를 완성하려면 2만초 이상의 연소시험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엔 75톤급 액체엔진을 위한 연소시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장영근 교수는 “기술이 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연소, 가스, 터보 각각을 시험할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시험시설뿐 아니라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편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승조 원장은 “총 예산만 확보됐을 뿐 매년 필요한 예산은 제대로 투자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례로 나로호 규격에 맞춰져 있는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장을 한국형 발사체에 맞게 확장하기 위해 4년간 3700억원이 책정돼 있지만 올해 편성된 예산은 당초 신청한 예산 1004억보다 삭감된 305억원이다. 정선종 박사는 “기획재정부가 나로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나로호 3차 발사에 올해 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예산 배분이 두 발사체 사업으로 나뉘고 있다”며 한국형 발사체에 대한 예산 집중을 강조했다.

인력 수급 문제도 있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의하면 발사체 및 우주센터 분야에는 약 1,4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전문 인력을 다 합쳐도 400명에 채 못 미치는데 이마저도 나로호 3차 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에는 전문 인력의 대부분이 3차 발사로 투입될 예정이다. 윤옹섭 교수(연세대 기계공학부)는 “많은 인력이 충당돼야 하는 만큼 산학연 간의 공조를 통한 ‘올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독자적인 한국형 발사체 확보를 위해 안정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채연석 연구위원은 “계획을 아무리 잘 세워도 계획에 따른 예산이 충분히,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못하면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계속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순달 명예교수는 “현재 우주기술 선진국들의 개발 역사를 살펴보면 아무것도 쉽게 이루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다시 하는 기분으로 한걸음씩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예산이 역사상 최대치(715억 달러)에 도달했다. 이렇듯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향후 우리나라의 발사체 기술 개발을 위한 계획과 투자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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