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엽 지음ㅣ갤리온ㅣ312쪽ㅣ1만5천원
      기독교에 성경이 있고 불교에 불경이 있다면 힌두교에는 어떤 경전이 있을까? 힌두교의 대표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기타』)는 인도인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일상의 경전’이다. 『기타』는 인도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힌두교 경전으로 꼽힌다. 최근 이러한 『기타』의 내용이 그동안 본래 의도했던 것보다 지나치게 편협하게 이해돼 왔다고 주장하는 책이 발간됐다. 인도 철학의 주요 원전을 번역하고 재해석해 대중화하는 일을 해온 저자는 『불온한 신화 읽기』에서 인도 문화의 정수인 『기타』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바가바드기타’는 인도어로 신의 노래, 거룩한 이의 노래를 뜻한다. 『기타』는 기원전 10세기경 인도 바라타족 내부의 친족간 전쟁을 노래한 서사시 『마하바라타』 중 일부가 하나의 경전으로 독립한 것이다. 『기타』는 힌두교의 다양한 종파들 사이에서도 널리 연구됐던 보편적인 경전이며 오늘날까지도 인도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는 아마도 『기타』가 민중들이 충분히 일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타』는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고뇌에 빠진 아르주나와 그의 매제이자 신적 존재인 크리슈나가 나누는 대화로 이뤄져있다. 왕자인 아르주나는 사촌 간의 왕위 다툼에 직면한 급박한 상황에서 혈육과 전쟁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옳은 일인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생사가 걸린 전장에서도 아르주나는 승리를 위해 당장 전투를 개시하지 않고 진정 자기가 정의롭고 선한 편이 맞는지 신 크리슈나에게 먼저 질문했던 것이다. 『기타』 내용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은 이러한 아르주나의 고민에 대한 크리슈나의 계시다. 『기타』는 결국 크리슈나의 끈질긴 설득 끝에 아르주나 왕자가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끝난다.

『기타』에 대한 기존의 해설들은 아르주나를 선(善)으로 여겨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공식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해석의 중심에 위치한 선악의 구도와 전쟁의 승패가 단순 이분법이 드러난 전형적인 ‘흑백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기타』에서 읽어내야 할 부분은 ‘흑백논리’와 대비되는 ‘회색논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회색논리’는 ‘회색분자’와 같이 자신의 본 색깔을 숨기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회색분자와 같은 회색적 성격을 ‘낮은 품격’의 것으로 구분한다. ‘높은 품격의 회색적 성격’은 현실이 단순히 흑과 백으로만 이분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폭력성으로 치달을 수 있는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넘어선 것이다. 즉 저자가 말한 ‘회색논리’는 단순히 어느 한쪽 입장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종합해 현실 문제를 보다 깊은 안목으로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기타』에서 아르주나는 이러한 ‘회색논리’를 따르는 대표적인 인간이다. 그는 양 진영이 팽팽하게 대치해 전쟁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행할 행동을 고민했다. 아르주나는 ‘우리편’과 ‘상대편’으로 양 진영을 단순하게 재단하지 않고 무엇이 옳은가를 고민하기 위해 진영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결과적으로 아르주나는 전쟁을 결정하고 끝내 승리했다. 그러나 『기타』의 특별함은 ‘승리’가 아닌 ‘고민’의 부분에 있다. 저자는 ‘회색논리’의 대표 인물인 아르주나가 성찰하고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을 ‘변화하는 세상에 적합한 새 기준을 맞이하러 가는 운명의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흔히 경전은 확고부동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온한 신화 읽기』 는 경전의 새로운 해석을 던지며 경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재해석을 덧붙이는 것이 결코 기존 경전에 대한 ‘흠집 내기’가 아니라 오히려 경전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러한 ‘발칙한’ 도전이 단순한 치기가 아니라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