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화)에 신축대학원생활관(900동) 가온홀에서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란 주제로 홍세화씨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 중 ‘합리적 동물’과 ‘합리화 동물’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거나 부족할 경우 그것을 고치고 보완하는 ‘합리적 동물’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억척스럽게 고수하고 다른 생각을 배척하는 ‘합리화 동물’로 행동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그 날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의 강행 처리가 이뤄졌다. 한·미 FTA를 둘러싼 ‘합리화 동물’들의 행태는 비열하고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국회 본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여당의 독선이나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을 던진 야당 김선동 의원의 폭력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니 강행 처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여당의 해명도 ‘윤봉길,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최루탄을 터뜨렸다’는 김선동 의원의 변명도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는 그들의 편협한 고집에 질려버린 탓일 것이다. 그만큼 그동안 그들이 거쳐왔던 ‘소통과 타협의 노력’이라고는 타인의 주장은 듣지도 않을뿐더러 틀렸다고 단정 짓는 경향이 짙었다.

한·미 FTA의 본질과 효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겸허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없는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표명하는 주장만이 국익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아집과 오만은 지나치게 ‘진화해버린’ 합리화 동물들의 포효와 몸부림이었고 자신의 합리화 영역을 굳건하게 지키기 위한 전쟁의 신호가 아니었을까.

한·미 FTA에 대한 판단 자체보다도, 사안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을 때마다 으레 등장하는 몸싸움과 기물 파손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합리화’를 넘어서 ‘합리성’을 향하는 선진적인 토론 문화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느 신문 기사에서 몸싸움에 대비해 씨름선수 출신인 강호동씨나 이만기씨를 영입하고 싶다는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 말이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우리 국회가 합리화를 극복하고 합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가야할 길은 너무도 멀고 험한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적어도 논리가 실종되고 인격을 폄하하는 방식,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는 방식, 다수의 억지가 소수의 정견을 억누르는 방식만큼은 우리 국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어볼 뿐이다.


명병석
경영학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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