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동엽 창작상 시상식은 수상자 가운데 한 사람이 없는 채로 진행됐다. 송경동 시인이 부산 서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 시인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85호 크레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희망버스’를 기획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지난 여름 시인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진숙 위원이 농성을 끝내고 내려오자 시인은 “단 한번도 경찰의 폭력과 탄압을 두려워한 적이 없고 그런 당당함을 확인시켜주고 싶다”며 자진출두했다. 자진출두한 시인을 두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희망버스’가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는 주장을 했다고 명시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시인은 구속 수감돼야 한다는 것일까.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제시한 교훈은 이렇다. ‘은행을 설립해 합법적이고 구조적이며 조직적으로 사람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에 비하면 은행을 턴다는 게 뭐가 대수인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리해고를 일삼으며 우리의 삶을 파탄내는 법과 제도에 비하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사랑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게 뭐가 대수일까. 그러나 결국 지난 18일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여름 시인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과 거의 같은 시기, 시인은 제29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시란 무엇인가. 세계를 직조하는 의미의 그물망으로부터 언어를 회수하는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으로 들어가 지금 여기의 일그러진 언어 바깥에서 진리가 말하게 하는 불가능한 시도다. 이를테면 경제 성장과 일자리 확대라는 화려한 기호들의 그물망으로 오염된 언어에 맞서 투박하고 거친 진짜 삶의 목소리가 울리게 하는 것이 시다. 다시 말해서 (언어의)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는 말을 하는 자가 시인이다. 비슷한 시점에서 검찰과 신동엽창작기금 운영위원회는 비슷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송경동은 시인이라고.

시상식장에서 시인의 아내가 대독한 수상소감에서 시인은 수상소식을 접하던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오전엔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그리고 오후엔 수상 소식을 듣게 되는 기가 막힌 날,­­ 오전 체포영장 소식도 덩달아 무슨 큰 상 소식처럼 들리던 날, 오후 수상 소식이 오히려 엄중한 탄압으로 느껴지기도 하던 날이었습니다.” 시인이 되는 것이 옥에 갇히는 것과 일치하게 되는, 문학상 수여와 체포 및 구속이 구분되기 어려운 우울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 불안정한 세계”가 파탄으로 내몬 “모든 사랑스런 관계들”을 열망하는 것이(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아직 태어나지 못한, 지금 여기에는 없는, 사랑으로 뭉쳐진 말들에 대한 꿈이 탄압받는 우울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석방돼야 한다. 사랑과 꿈과 희망을 구속시키는 야만적 질서가 우리의 삶의 형식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시인은 석방돼야 한다.

권희철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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