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대 관악합주단의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열렸다. 관악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관악합주단의 이번 연주회에서는 졸업생과 저명한 색소폰 연주자 끌로드 들랑글 교수(파리국립고등음악원)가 협연을 펼쳤다. 이번 연주회는 50주년을 기념해 백병동 교수(작곡과)가 작곡한 「축전서곡」을 시작으로 △프란시스 풀랑의 「프랑스 모음곡」 △존 윌리엄스의 「에스커페이드」 △카렐 후사의 「선명한 색채」 △라벨의 「볼레로」까지 다양한 색채를 띤 음악이 2부에 걸쳐 연주됐다.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곡은 단연 끌로드 드랑글 교수의 솔로 연주가 포함된 색소폰 협주곡 「에스커페이드」였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배경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이 곡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더블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바닥에 깔린 가운데 양 손에 네 개의 채를 쥔 비브라폰 연주자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곡 사이사이에 연주자들은 핑거스냅으로 박자를 맞추며 콘서트홀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솔로 연주 부분에서는 끌로드 드랑글 교수가 색소폰으로 애잔하고 흥겨운 멜로디들을 거침없이 오가며 영화의 장면 장면을 훑어냈다.

짧은 휴식 이후 연주회의 분위기는 크게 반전됐다. 우아하고 간결한 곡들이 중심이 됐던 이전과는 다르게 「선명한 색채」는 야수파의 미술작품처럼 원시적인 음색이 강렬하게 전해지는 곡이었다. 솔로로 시작된 오보에 선율에 점차 악기들이 더해지며 콘서트홀은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찼다. 앞선 연주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저돌적인 템포의 타악기 소리에 관객은 빠르게 몰입돼 갔다.

마지막 무대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무대에 올라 매혹적인 멜로디로 잘 알려진 「볼레로」를 연주했다. 연주자들은 같은 리듬을 반복하면서 음에 음을 더해가는 연주를 선보였다. 나이를 불문하고 둘러앉은 선후배가 한 가족처럼 꾸리는 근사한 무대는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냈다. 백발 연주자는 힘차게 퍼커션을 둥둥 울렸고 학생 연주자는 명징한 소리의 심벌즈로 관객을 전율시켰다. 피아니시모로 시작된 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포르티시모로 흘러가며 모든 악기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일궈냈다. 다함께 허리 숙여 인사하며 연주를 마무리하는 장면에 객석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1994년부터 관악합주단의 지휘를 맡아온 김영률 교수(기악과)는 이날도 지휘봉을 들어 청중들에게 관악 연주의 아름다움을 전달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 관악의 50년 역사가 한데 녹은 특별한 자리였다”며 “이를 통해 가다듬어진 역량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관악 연주의 수준을 한 발 더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이번 연주회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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