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마로니에 공원이 다음달부터 5개월간 36년만에 처음으로 재정비될 계획이다. 대학로가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까지 그 한가운데 놓여 심장노릇을 톡톡히 해온 마로니에 공원의 의미를 짚어보자.

마로니에 공원은 동숭동에 위치했던 서울대 문리과대학이 관악으로 옮겨간 이듬해인 1976년 3월 빈 캠퍼스에 조성됐다. 당시 빈 교정에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문화예술인들의 건의에 따라 마로니에 공원을 구심점으로 그 주변에 문화예술공간이 꾸려지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마로니에 공원을 마주보고 있던 옛 서울대 본관 건물에 문예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과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이 차례로 설립되며 주요 문화예술기관들이 마로니에 공원을 ‘ㄷ’자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예술지원기관에 대규모 공연장까지 생겨나자 대학로는 마로니에 공원을 거점으로 삼아 1980년대에 문화 지구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문예회관에는 연극공연이 주로 올랐던 만큼 연극의 활성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1984년 마로니에 공원 바로 옆에 샘터파랑새극장이 처음 개관한 데 이어 마로니에극장과 대학로극장 등 많은 소극장들이 주위에 몰려들며 ‘연극 클러스터’를 형성해갔다. 여러 극장들이 그 주위에 뭉쳐있는 마로니에 공원에는 연극 관람을 마친 관객들이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저마다 작품의 감동을 곱씹어 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학로극장 정재진 전 대표는 “당시만 해도 마로니에 공원은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이었다”며 “연극작품과 관객을 한데 뭉치게 하는 소중한 장소로 자리매김했다”고 회상했다.

연극을 주축으로 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인식을 굳힌 대학로는 1990년에 ‘문화의 거리’로 공식 지정되며 보다 넓은 층의 예술가를 본격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중 젊은 예술가나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거리에서 펼치는 예술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 이들은 연극 관객뿐 아니라 쉼터를 찾는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 자리를 잡고 다양한 예술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었다. 17년째 아르코예술극장 앞 담벼락에서 거리예술을 펼쳐와 마로니에 공원의 명물로 꼽히는 윤효상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로니에 공원 거리 예술인 1세대를 자칭하는 그는 주말마다 통기타 연주나 재치 있는 만담으로 거리의 관객을 공원 한 편에 한가득 모으고 있다. 그는 “공원 무대에 서서 젊은 친구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들을 때마다 그곳이 젊음으로 생동하는 공간임을 확인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재정비사업을 통해 무료로 개방되던 야외 공연장을 비롯한 마로니에 공원의 여러 낡은 시설이 교체된다. 또 공원 둘레의 담장을 완전히 허물어 마로니에 공원은 예술가의 집, 아르코미술관, 아르코예술극장 등 주변 문화시설까지 넓게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잠시 동안의 정비기간을 거친 후 마로니에 공원이 보다 튼튼하고 건강해진 대학로의 ‘문화심장’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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