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로 통과된 법인화안과 FTA비준안으로
위기 상황에 봉착한 우리
두 법안의 실효를 앞두고 끝을 이야기하기보다
마지막까지 목소리 내며 연대해야

“여러분은 불과 1년전에 단 한 차례의 상임위 논의도 없이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 공공성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결론지어버린 나라에서, 또 다른 국가 백년지대계인 국가 간 통상을 직권상정 처리한 결과를 보고 계십니다.” (22일, 한 트위터의 글)

2010년 12월 8일, 그리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11월 22일.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작년엔 각종 예산안 사이에 끼워 2분만에 법안을 통과시키더니, 이번에도 채 4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도 장내로 들이지 않고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다 방청석 출입문 자물쇠를 부수고야 야당이 본의회장으로 들어섰다는데, 법인화 반대 의견을 외치던 학내 구성원들이 소통 않는 본부를 점거한 언젠가의 일이 괜시리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수년간 계속해서 이어진 논의를 한순간에 종식시킨 것마저 똑같은 두 사건. 너무 닮아서 이쯤 되면 기시감이라고 하기에도 머쓱하다. 맙소사, 또 날치기라니.

2012년 1월 1일. 무심한 시계바늘이 한해의 언저리를 넘으면 한·미 FTA 체결과 법인서울대는 기정사실이 된다. 레임덕(Lame duck)이 본래 1860년경 런던 증권거래소의 ‘망한 사람’을 칭했다던가. 우리의 저지 운동은 망했다. 시민과 학생들에게 권력이란 것이 있었다면, 그 정권은 이제 레임덕에 들어섰다. 12월 한달여간 우리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치인마냥 하릴없이 다리를 절게 생겼다. 국가와 교육 백년지계의 대위기다. 차라리 ‘가결시킬 바엔 억지 눈물이라도 흘리라’는 최루탄은 인간적이다. 이미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바라 물대포를 쏘는가. 맙소사, 정말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불행 중 다행인지, 불행 중 파행인지. 누군가는 이 음울한 사회 속에서도 희망을 본다. 대통령은 비준 다음날 열린 ‘한·미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농민과 소상공인의 미래를 응원했다. 피해를 우려하기보다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자고, 우리 농업이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그런가하면 총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대를 위한 서울대’가 아닌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고 대학운영 자율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약 발판을 구축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구구절절 희망차다. 물론,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의 우려를 낳은 FTA이행법안의 독소조항이 그대로 통과됐고, 이사회독점의 의사결정구조와 기초학문고사?대학시장화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진실을 차치한다면 말이다. 이건 희망이 아니라 그냥 ‘망亡’이다.

고스란히 사회 구조 속의 먹이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이 절뚝거리는 오리들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희망은 다른 곳에 있다. 29일 대통령의 비준안 서명을 저지하는 데 있고, 학내 구성원이 합의하지 않은 정관이 통과하지 않아 결국에는 극적으로 날치기 법인화안 자체가 무력화되는 데 있다.

가능성이 미미하고 실패할 것 같은가. 또 다른 희망도 우리 곁에 있다. 바로 99퍼센트의 연대다. 시청 광장에는 2만명이 모였고, 지역마다 촛불이 켜졌다. 월가의 ‘점거하라’ 운동본부는 22일 미국의 7개 도시에서 ‘한·미 FTA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에도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은 채 퍼렇게 뜬 눈들이 있다면 그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레임덕. 기실 이 단어는 국정 공백 속에서 기우뚱거리며 갈피를 못 잡는 현상을 일컫는다. 수년에 걸쳐, 특히 올 한해 필사적으로 남은 힘을 짜냈던 순간들이 무상하게도 우리는 파행의 연말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젠 충격에 비틀거리기보단 이 단어가 상기시키는 또 다른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능한 집권자에 대한 불신임, 그리고 권력심판. 두어번을 쓰게 물린 절름발이 오리는 목 놓아 울기보다 이렇게 외친다.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겠다. 설령 이대로 내년을 맞이한다 해도, 우리는 마지막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올 한해가 마지막이 아님을 안다. 그렇다면 답하라. 진짜 ‘희망 없는 레임덕’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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