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탄핵정국으로 침몰하기 이틀 전이던가, 청와대에서는 스웨덴의 여란 페르손 총리 방한을 즈음한 환영오찬이 열렸다. 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일구어낸 스웨덴의 사민주의 정치를 부러워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에서의 개혁을 위한 조언을 구하였다. 노 대통령의 표정으로 미루어보건대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로서의 부러움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찬에서 제공된 포도주의 품격도 스웨덴에 대한 나름의 경의를 보여주었으니까.


스웨덴이 보여준 성공적인 사회개혁은 다른 나라의 수많은 개혁적 정치지도자들에게도 하나의 실천적 모델로서 큰 부러움을 산 바 여러 차 있기에, 노 대통령의 이러한 부러움이 새로운 뉴스거리가 되진 않는다.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로 유명한 고르바초프에게도, 참여민주주의의 진보적 개혁을 이끄는 브라질의 룰라에게도, 스웨덴 사민당의 정치적 성공은 끝없는 동경의 대상으로 칭송되어온 것이다.
이렇듯 성공적인 복지국가의 사례로서 무척이나 유명한 스웨덴이 우리 국민에게 하나의 구체적 비전으로 다가오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연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즈음에야, 노벨상을 주는 조그맣지만 힘 있는 나라로 떠들썩하게 회자되기 시작했고, 이번 17대 총선을 통해 역사적인 대약진을 기록한 민주노동당의 지도부가 지향하는 구체적 국가모델로서 스웨덴이 거론되자 비로소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민노당이 이번 총선에서 히트 친 대표적인 공약이 서울대학교 해체론이다. 우리 학내에서도 이에 관한 분분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비록 사석에서의 말들뿐이지만.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약 70킬로미터, 자동차로 대략 40여 분 거리에 ‘웁살라’라는 도시가 있다. 1477년에 창설되어 북구의 명문으로 성장한, 세계 최고(最古) 대학의 하나인 웁살라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식물분류학의 아버지 린네, 섭씨 개념을 창안한 셀시우스, 그 밖에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졸업생으로 배출한 세계의 명문으로서 웁살라대학교는 현재의 스웨덴 경제가 지향하는 고기술 고부가 가치 산업의 역군이자 스웨덴 사회개혁의 전도사로서, 명실상부한 국가적 동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웁살라대학 출신은 자신의 모교를 더없이 자랑스러워한다. 스웨덴 사민당과 스웨덴 국민들도 웁살라대학교의 지적 전통과 현재적 기여를 매우 달가워하면서 물심양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교육에 관한 스웨덴 사민당의 노선은 분명하다. 노래 잘하는 사람을 훌륭한 가수로,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뛰어난 장인으로, 공부 잘하는 사람은 창의적인 학자로 키워주는 것이 실용주의  인적자원 육성의 기본 원칙이다. 잘 하는 사람끼리 한데 모아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가적인 실천규범이다. 단,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직업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평등화되어 있을 따름이다.


스웨덴의 실용적 좌파정권은 스웨덴 최고의 학문적 인재가 모여드는 명문 웁살라를 키워주고, 웁살라의 경제적·정신적 가치를 국가적 성과로 전환해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민당을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의 개혁적 지도자들은 서울대를 해체하고자 한다. 서울대는 지금 이 순간 학벌주의의 마녀이기 때문에. 그리고, 마녀사냥은 언제나 비용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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