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로 뻗은 ‘전통대륙에서의 생성언어학’

지난 8월 20일(수)부터 24일까지 나흘간 문화관 강당에서 한국, 일본, 미국, 영국 등 12개국에서 온 100여 명의 언어학자들이 모여 제4회 아시아 글로우 학술대회를 갖고, 생성언어학 특히 생성문법 통사론(syntax)의 최근 관심사에 관해 진지한 논의를 가졌다. 이 모임은 원래 ‘전통대륙에서의 생성언어학(Generative Linguistics in Old World; GLOW)’이라는 명칭으로 유럽에서만 열다가 아시아에서도 별도로 열기로 하여 1회 대회를 인도에서 열고, 일본, 대만을 거쳐 이번에 한국에서 한국생성문법학회(회장 안성호 한양대 영어교육과 교수)와 서울대인지과학연구소(소장 홍재성 불어불문학과 교수) 주최로 열린 것이다. 촘스키가 1950년대 중반부터 마음의 구조의 일부로서의 보편문법적 언어 구조를 탐구하는 생성 언어 이론을 내놓아 언어학의 패러다임을 평정했을 뿐 아니라 인지심리학, 전산과학의 형식언어이론 및 인지과학에 폭 넓은 영향을 미친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최소주의(minimalist) 이론이 언어분석의 대상을 순수한 언어구조만의 문제로, 즉 최소한으로 좁힌다는 기치 아래 좁게 발달해 언어학 전공자 일반의 접근이 쉽지 않은 가운데에도 그의 최근 이론이 이만큼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특이하다 하겠다.

생성언어학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전개해


이번에 대표로 초청된 홀름버그 교수(영국 더럼대)는 빈 주어 문제를 다루었으나, 원래 스칸디나비아 언어의 어순 변이/뒤섞기/이동의 현상을 잘 일반화함으로써 그 조건/동기를 찾는 이론적 논의에 기여했다. 넷째 날의 리처즈 교수(MIT)와 사이토 교수( 난잔대)의 워크샵 논의도 의문사 이동을 더한 이와 관련된 논의였다.


지역언어적 현상과 특성들을 더욱 넓은 시각에서 살핀다는 이번 회의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전체 26편의 발표논문 중 5편 정도만 한국어 관련 논문이어서 한국어의 특성을 특히 중심적 논의와 관련해 부각시켜 알리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앞으로 한국측의 기여가 커지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어학내의 추세로 보면, 이번 여름 미국언어학회(LSA)의 여름 연구회(미시간주립대)의 강좌나 각 대학의 의미론 교수수의 증가에서 보듯이 의미론의 비중이 생성이론 초창기에 비해 엄청나게 커가고 있음에도 통사론과 의미론의 상호작용이 미흡하여, 이번 발표에서 정보구조상 상반되는 화제와 초점을 나무 구조상 하나의 투사(projection), 하나의 머리어(head)에 묶는다는 한 유럽 학자의 기발한(?) 제안도 나와 이 현상에 민감한 한국학자들의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조직과 운영이 잘 되었으나, 박사과정생들의 참여가 지극히 저조해 교육훈련과의 연계가 다소 우려되며, 한편 국제관계에서 주최국의 위상을 좀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국제인지과학학술회의(ICCS)는 미국인지과학회의와 별도로 97년에 서울대에서 맨 먼저 치르고, 2년 뒤 동경에서, 재작년 북경에서, 금년 7월에 4회째 시드니에서 엶으로써(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인지심리학자 카네먼 교수 초청), 한국이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세웠다. 언어학의 발전은 언어학과 관련되는 수많은 인접 학문(심리학, 전산과학, 인류학-사회학, 신경과학, 철학 등)의 발전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큰 중요한 언어학 관련 국제회의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열리기를 기원한다. 서울대를 포함한 재정, 시설 지원 기관들에 감사한다.

이정민
인문대 교수ㆍ언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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