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꿈 꿀 수 있는 ‘2013년 체제’를 위해
자유롭게 꿈 꿀 수 있는 ‘2013년 체제’를 위해
  • 정진욱 기자
  • 승인 2012.03.03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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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지음ㅣ 창작과비평사ㅣ 192쪽ㅣ 1만2천원
송경동 지음ㅣ 실천문학사ㅣ 264쪽ㅣ 1만2천원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정치서적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시사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는 등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이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 출간됐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와 『2013년 체제 만들기』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기획자로 구속된 노동시인 송경동의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는 오늘날 사회가 맹신하는 자본으로부터 소외돼 살아가는 이웃에 관한 책이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투쟁가이기도 한 송 시인의 시와 그가 그 시를 쓰게 된 이야기를 모아놓았다.

시인이기 이전에 노동자였던 저자는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비참하고도 잔인한 일상을 보여주며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자본’에 있다고 주장한다.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라고 말한 송 시인은 “이윤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업재해는 없을 수 없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그는 삶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려는 자본주의 를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조차도 자유롭게 하기 힘든 부자유가 가장 엄중한 산재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거리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피 어린 시’를 쓰며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연대와 나눔을 실현하는 사회’를 바랐다. 힘겨운 이들을 위한 위로시를 쓰던 시인은 ‘희망버스’를 통해 다시 한 번 희망을 꿈꿨지만 그 대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방해 등 5개의 혐의와 구속영장이었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는 제목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외로운 외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꿈꾸는 자가 잡혀가는 사회, 이 불우한 사회의 변혁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백낙청 명예교수(영어영문학과)는 ‘2013년 체제’를 제안한다. 백 교수는 『2013년 체제 만들기』에서 1987년 민주항쟁 이후와 같이 2012년 총·대선을 통해 2013년을 또 한번 큰 사회 변혁의 원년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저자의 ‘2013년 체제’는 민주화 바람이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민주항쟁 이후 ‘87년 체제’의 한계를 돌파하고자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저자는 ‘분단체제 극복’을 ‘2013년 체제’의 시작으로 꼽는다. 백 교수는 분단체제를 ‘서로 단절됐지만 적대 관계로 인한 긴장과 위협으로 반민주적 특권 유지의 명분을 꾸준히 공급받으며 이것이 재생산되는 구조’로 정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분단체제 하에서 기득권을 보장받던 세력이 있었기에 생겼던 여러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분단체제가 극복돼야 한다. 재벌·정경유착 문제 등 대부분의 사회 현안이 분단체제와 맞물려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2013년 체제’는 환경·복지·공정·민주주의 등 오늘날 화두로 떠오르는 사회적 과제와 담론들을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큰 흐름과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해 풀어가는 체제인 것이다.

저자는 ‘포용정책 2.0’을 통해 분단체제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분단현실을 냉전체제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정부 주도의 남북관계 완화를 꾀했던 햇볕정책의 한계를 넘어 시민단체와 기업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낮은 단계의 연합기구를 설치해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낙청 교수는 “수구세력이 보수의 헤게모니를 쥐고 사회적 차원의 대화와 합의를 가로막는다면 ‘87년 체제’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다가오는 미래는 송 시인과 같이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사회가 아닌 각자가 꿈꾸는 이상에 대해 고민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뜻깊은 토론이 존중받는 사회에 한발짝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 두 책이 던지는 묵직한 함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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