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과
 

먼저 신입생들에게 서울대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했으니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세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다. 작은 꿈이라도 하나 이루면 그 기쁨을 만끽하길 바란다. 그러나 작은 성취에 만족해서 안주해 있으면 퇴보만이 있을 뿐이다. 세상은 안주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나라의 동량, 더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마 신입생 대부분은 서울대에 들어오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하고 입시 준비에만 매달렸을 것이다. 그 결과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탈진한 상태에 이른 학생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큰 꿈을 품고 학업에 임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집중이 되지 않고 무력감만 느껴지고 모든 것이 피곤하게만 느껴진다면 탈진 상태에 도달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탈진한 상태를 ‘탈진증후군(burnout)’이라고 하는데, 탈진증후군은 만성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며 우울증과 자살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일부 신입생이 겪는 탈진증후군은 입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다. 탈진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2~3년 정도 쉬어야 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난 때문에 한시도 쉴 틈이 없다. 큰 기대를 하고 있는 부모님께 1~2년 정도 휴학을 하겠다고 말을 꺼낼 수도 없다. 그러니 탈진 상태에서 학업과 취업 준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젊음을 만끽할 시절에 탈진증후군과 우울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과 마음이 긴장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게 된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기제가 고장 나서 늘 긴장 상태에 있게 된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진입하게 되면 불면증이 생기고,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소화도 안 되고, 쉽게 짜증나고, 심한 무력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된다.

만성 스트레스는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혼자 극복하려면 2~3년은 완벽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젊은 학생들에게 2~3년의 휴식은 너무나도 호사스러운 일이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서울대 학생들은 보건진료소와 대학생활문화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약물 치료를 받을 수도 있고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활문화원에서는 아우토겐 트레이닝과 같은 매우 효과적인 심신이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인문대에서는 인문대 학생들을 위해 학생생활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관리하는 길은 분명히 있다. 다만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을 벼랑 끝까지 모는 스트레스 공화국이다. 세계 제1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명백한 스트레스 지표이다. 사람들에게 경쟁을 부추기고 휴식도 취할 시간을 주지 않고 일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 덕에 오늘날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고, 탈진해서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경제와 자녀교육 스트레스로 인해 출산을 기피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우리나라의 밝은 장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울대 학생들이라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강인해지고 그 힘으로 우리나라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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