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입생 입학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학생들의 반발에도 논의과정에서 배제돼
화려하게 출범한 법인서울대의 이면에
격렬히 벌어졌던 논쟁 잊지 말아야

이맘때가 되면 관악은 새 구성원들이 몰고 온 봄기운으로 들뜹니다. 식사시간마다 식당이 붐비고 캠퍼스를 오가는 인원이 갑작스레 늘어나는, 기분 좋은 북적거림입니다. 제게야 매년 반복되는 그렇고 그런 풍경들이지만 신입생에게는 모든 순간이 새롭고 설레리라 짐작합니다.

물론 헌내기에게도 학교가 새로울 때가 있습니다. 설렘보다는 낯섦에 가까운 감정입니다. 잠깐 학교를 비운 몇달 사이에 완공된 번쩍거리는 건물이나 입학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커피 체인점 등이 들어선 것을 볼 때마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함에 하루빨리 졸업을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변화들보다 한층 낯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입니다. 법인서울대 출범 이후 3개월, 저는 여전히 제가 ‘국립대학 서울대’가 아니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를 졸업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믿기가 어렵습니다.

지난해 서울대는 내내 소용돌이 속에 있었습니다. 학내 언론 기자에게 매주 터지는 기삿거리는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지난해만큼은 돌아가는 형국을 바라보며 답답한 한숨만 나왔습니다. 법인화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이후 두번이나 본부점거가 있었지만 본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고 법인화 추진 전선은 ‘이상 무’였습니다. 내리막길을 달리는 수레처럼, 서울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통과된 법을 시행하기 위한 일정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한편 본부점거가 해제된 이후 학생사회를 덮친 무력감은 걷힐 기미가 없었고 또다시 총학 선거는 연장을 거듭한 끝에 무산됐습니다. 여름날 본부 앞 잔디를 달궜던 학생사회의 결의는 계절이 바뀌고 차갑게 얼어붙은 듯했습니다.

학생들의 침묵 속에서 법인서울대는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저는 법인서울대의 ‘도약’을 3억을 들여 단장한 포털과, 기성회비라는 명목이 더이상 필요 없게 된 등록금 고지서에서 확인했습니다. 그 외에 새로운 서울대가 미래를 위해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저만 (그리고 우리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학생들은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돼 있습니다.

저는 신입생들에게 이 모든 맥락과 기억들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기억을 공유하지 않은 이들에게 어쩌면 학교는 참으로 평온한 곳일 것입니다. 아직까지 서울대 법인화가 일으킨 작은 파문은 우리의 삶에 별다른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기에 8배 인상된 수업료야 기성회비 반환 판결에 따른 ‘꼼수’ 정도로 넘겨버릴 수도 있습니다. 학생사회를 대표할 한사람이 없다는 현실 역시 학교 다니며 강의 듣고 과제하고 술 마시는 데에는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호수에 인 파문이 언젠가는 기슭에 닿는 것처럼 변화의 물결이 결국 우리의 삶과 만나는 지점은 언젠가 올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신입생 여러분께 이 기억을 전합니다. 새롭게 도약을 준비한다는 법인서울대의 화려한 이면에 격렬한 논쟁과 묵살된 의견들이 있었음이, ‘단과대연석회의’라는 체제가 정상이 아닌 파행임이 기억되길 바랍니다. 물론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억이야말로 모든 것의 첫 출발점이 될 수 있기에, 다만 여러분께 기억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들어오기 전 관악에 있었던 일들이 잊히고 묻히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의 의견이나 행동에 어떠한 주제넘은 조언도 더 얹고 싶지 않습니다. 이후의 판단과 행동은 오롯이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자신의 ‘무지’를 훌륭한 정치적 의견이라 착각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에 쓸데없이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여러분은 법인서울대의 원년에 입학하는 행운(?)을 누리는 새내기들입니다. 다시 한번 입학을 축하하며, 부디 즐거운 대학생활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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