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년 문제 등 특화 정책 제시하는 녹색당과 청년희망플랜…기성 정당 틈새에서 대안으로 기능할지 주목돼

4·11 총선을 앞두고 ‘맞춤형 정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크기는 작지만 특화한 정책 중심으로 승부하겠다는 ‘녹색당’, ‘청년희망플랜(청년플랜)’이 그들이다.

이들 신생 맞춤형 정당은 새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의 이슈를 중점적으로 제기한다는 점에서 기성 정당과 구별된다. 기존 정치권의 거대 정당들이 경제, 안보 등의 담론에 치우쳐 소홀히 다뤘던 환경이나 청년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유권자의 갈증을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특정 의제를 지속적으로 이슈화해 틈새를 노리겠다는 전략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바탕이 됐다.

창당 준비하는 녹색당과 청년플랜

지난 4일(일) 공식 창당한 녹색당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환경 및 생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 출발했지만 현재는 학생,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기후변화나 식량위기, 핵발전 문제 등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기성 정당들에게 환경은 부차적인 이슈로 남아있다”며 “정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 친환경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녹색당의 의제가 환경보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녹색 가치를 바탕으로 농업 살리기와 원전 폐기에서부터 비정규직, 반전평화, 풀뿌리 민주주의, 생활임금 보장까지 사회 곳곳에 얽혀있는 문제들을 생태적 지혜와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풀어가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나아가 하 변호사는 “자본주의가 내포할 수밖에 없는 성장주의 아래서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착취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며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위한 생태적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에도 ‘대한녹색당’의 이름으로 창당 시도가 있었으나 정당 성립 요건(5개 이상 시·도당에서 각각 1천명 이상의 당원 확보)을 충족하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4대강 사업 논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져 녹색당은 창당 준비 4개월 만에 7천여명에 달하는 진성당원(당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당원)을 모집하며 창당에 성공했다. 지난 1월 녹색당에 가입했다는 김태엽씨(40)는 “기성 정당이 기득권 싸움을 일삼느라 간과해 온 생활 속 녹색정치를 이뤄주길 바란다”며 가입 이유를 밝혔다.

청년플랜 역시 오는 11일 창당을 목표로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 청년플랜의 창당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안철수 교수의 순회강연인 ‘청춘콘서트’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됐다. ‘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콘서트의 메시지에 공감한 이들이 직접 정치에 나서자는 취지로 창당을 결심한 것이다. 김정현 공동대변인은 “현재 정당 구조에서는 청년들의 참여가 제한될 뿐더러 참여하더라도 구색 맞추기로 이용될 뿐”이라며 “청년들이 주체가 돼 청년 자립, 주거, 등록금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플랜은 젊은 층 위주로 결성된 정당인만큼 의사소통 구조에서부터 파격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총회로 전당대회를 대체하고 모바일 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등 온라인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기존 정당과는 완전히 다른 의사결정 구조로 누구나 쉽게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규모로 변화를 이룰 수 있을까

신생 맞춤형 정당들의 모델이 된 것은 유럽에서 먼저 출현한 녹색당과 해적당이다. 1979년 처음 결성된 독일 녹색당은 1983년 5.3%의 지지를 받아 처음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15년후인 1998년에는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40.9%의 지지를 얻으며 집권 여당이 됐다. 2006년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해적당은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완화, 표현의 자유 등을 내세우며 젊은 층의 지지를 얻어내 2009년에는 유럽의회 의원을 배출했다.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산돼 지난해 독일 지방선거에서는 베를린 시의원 141석 중 15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원하고 있지만 기존의 정당에서는 소홀히 했던 의제를 적극적으로 다뤄 틈새를 파고들었던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맞춤형 정당들에겐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정당득표율이 의석수와 일치하는 정당명부제를 택하고 있는 독일이나 중대선거구 비례제를 택하는 스웨덴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소선거구 비례제에서는 지역구의원의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거대 정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독일과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10%의 정당 득표를 한다해도 독일에서는 약 600석 중 60석을 점유하게 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300석 중 4~5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게 된다. 최태욱 교수(한림국제대학원 국제학과)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당의 출현은 긍정적이지만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선거 제도가 녹색당에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원내 진입에 성공한다면 선거법 개혁을 제기할 수도 있는 만큼 우선은 원내 진입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신생 정당은 비례대표를 통한 원내 진출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기반이 취약한 지역구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정당득표율 3%를 넘겨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들 정당의 목표가 특정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소수의 국회의원을 통해 정치권 내에서 소외된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김 대변인은 “마포구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만 일단은 비례대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다른 소수정당과의 협의를 통해 원내교섭단체 결성 요건을 갖춘다면 한두명의 의원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정당이 양대 거대 정당의 틈새에서 정치를 다변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차명제 교수(성공회대 NGO대학원)는 “한국은 좌와 우의 이념대립이 뚜렷하게 남아있어 남북분단이나 경제발전, 노사갈등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정치담론을 지배하고 있어 다른 이슈는 주가 되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환경문제나 대안적 삶, 생활협동조합 등 새롭게 등장하는 일상 문제를 이슈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도 “기성 거대양당이 대변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치적 요구가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정당 정치의 발전과 다원주의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소선거구제 : 한 선거구에서 의원 1명을 선출하는 선거제도. 최다득표한 1명만 선출되기 때문에 양당제가 정착되기 쉬운 반면 사표가 많아지고 소정당의 진출이 어렵다.
*비례대표제 : 정당의 득표 수에 비례해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1인1투표 소선거구제를 통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부분적으로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 한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석이 배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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