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목)일 YTN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사상 최초로 방송 3사가 공동파업을 시작했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MBC, KBS, YTN 세 노조의 공동파업 집회에서 그들은 한 목소리로 낙하산 사장의 퇴진과 공정 방송 회복을 외쳤다.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과 낙하산 인사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져 왔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처럼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방송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에 대한 간섭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한다. 또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 취소 판결과 김재철 MBC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두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은 밀어붙이기식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 권력에 맞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이라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언론인들에게 우선 지지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 4년이 지나는 동안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들어선 방송사들에 대해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과 불공정 보도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꼼수다」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방송들이 등장해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된 것도 주류 언론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류 언론인들은 왜 지금에야 “그동안 권력 아래 고개 숙여왔음을 반성한다”며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걸까. 언론에 대한 간섭이 극에 달해 더이상 견딜 수 없었다는 설명은 변명에 가까워 보인다. 총선을 불과 한달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 역시 그들의 진정성과는 상관없이 정치적인 파업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 3사의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아직 국민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것도 이에 기인한다. 그들의 반성과 신념, 행동이 진실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싸우다가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언론인들에 대한 불신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언론인들은 또 단순히 현재의 저항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그들이 범한 잘못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해명되지 못한 KBS의 도청 의혹이나 여타 불공정 보도 등에 대한 국민의 의혹도 말끔히 해결해야만 한다.

KBS 새 노조의 문성훈 예능국 중앙위원은 파업 집회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어린왕자』의 한 구절을 언급하며 “우리의 파업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자신들의 행동이 지지를 얻기까지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따를 것임을 그들 스스로가 알고 있고, 또 그것을 감내할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이길 바란다.

윤종은
서어서문학과·07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