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곳을 대표하는 바위산인 관악산에 저지대 늪에서만 산다는 끈끈이 주걱과 땅귀개, 이삭귀개 등의 습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된 이 습지 식물들은 작은 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식충식물로 주요 분포지역은 저지대 산성(酸性) 습지와 고산지대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관악산 제2야영장 부근 암반에도 이들 습지 식물이 723㎡에 걸쳐 넓게 분포한다.


1998년 관악산 습지식물 자생지를 처음 발견한 조현제 교수(대구산업정보대ㆍ산림생명자원학과)는 “당시 관악산 생태 조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며 “관악산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물이 바람과 함께 흙을 모아 비교적 평탄한 지대를 만들어 이 같은 지역을 만들어 낸 것이며,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조 교수는 “가장 습한 한가운데에 습지식물이 자라고 가장자리로 가면서 사초과식물이, 그리고 주변 암반에는 벼과식물을 비롯한 건조한 곳에 나타나는 식물이 출현하는 등 동심원 구조로 식생이 분포되어 있다”며 “관악산의 지형상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봐서 습지 식물 분포지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곳이 약수터로 개발된 후 등산객들과 근처 주민들이 암반에서 흐르는 물을 떠가고 있어, 이에 따른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조 교수는 “관악산에서 자연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면 결국 습지식물들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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