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부통령 선거에서 2.4% 차이로 고배를 마신 이기붕은 며칠 후의 투표결과가 두려웠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상대측 후보 조병옥이 신병을 치료하고 돌아오는 도중 유명을 달리해 박사님의 당선이 확정적이었지만, 부통령 선거는 영 자신이 없었다. 이번에도 지면 조만간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고령의 박사님께서 돌아가시면 부통령이 그 직을 승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선거 기간 중 공무원, 경찰, 정치 깡패 등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관리하고 단속했지만, 투표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다. 사전 투표, 대리 투표, 투표소 감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면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국민들이야 어차피 무지렁이들이 대다수니 잠시 시끄럽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다. 예상대로 대통령 이승만 100%, 부통령 이기붕 79.2%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한달 후, 박사님은 하야를, 이기붕 일가는 집단 자살을 택했다.

연임을 노리던 닉슨은 내심 불안했다. 지난 4년 동안 이룩해온 자신의 업적과 이에 대한 여론에 비춰볼 때 연임은 무난할 것이지만 과거 두번의 선거가 자꾸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1960년 선거에서는 다 이긴 것을 TV 토론 때문에 뒤집혀 0.2% 차이로 케네디에게 졌고, 68년 선거에서는 당선되기는 했지만 0.7%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어떤 전략을 짜고 있는지만 알면 완벽하게 대응해 피 말리는 승부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워터게이트 빌딩에 입주해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부터 시작해 볼까? 아뿔싸. 바보 같은 놈들이 도청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돼 버렸다. 오리발로 버티며 연임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언론, 특검, 의회의 끈질긴 추궁으로 진상이 속속 밝혀지면서 닉슨은 결국 1974년 8월 사임했다.

아무개씨는 속이 타기 시작했다. 선거활동을 거치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됐다. 그런데 상대측의 폭로 몇건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0.6% 차이로 간신히 이긴 악몽이 되살아났다. 박빙의 승부가 예견됐고 이번에 지면 내년 총선, 대선의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야당 성향 젊은 층 4~5만 명 정도만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이길 수도 있다. 인공강우를 시도해볼까? 표 나지 않게 투표소를 몇개 옮겨볼까? 해커들의 장난인 것처럼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켜 볼까? 이렇게 한들 누가 눈치 챌 수 있을까?

이번 달 말부터 ‘10.26 재보선일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테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가 그날의 사건을 재수사하게 된다. 아무개씨가 과연 철없는 20대 보좌관들이며, 이들이 공적을 세우기 위해 단순·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특검팀이 규명해내길 기대하며, 아무개씨에게 부디 당부 드린다. “쫄지 마.”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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