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환고속도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관악산과 관련한 환경운동의 중심은 서울대 캠퍼스의 난개발 반대였다.


동숭동, 태릉 등 단과대학별로 흩어져 있던 캠퍼스가 이전해오기 시작한 1975년의 관악산 종합캠퍼스에는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와 음대, 미대 등 일부 단대만 입주해 관악사까지 합쳐도 40여 개의 건물밖에 없어 195개동인 현재와 큰 차이를 보인다. 공대, 법대 등이 차례로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건물이 점점 늘어날 때까지도 관악산의 녹지를 잠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1996년, 공대 신공학관(301동)이 준공되면서 관악산 훼손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서울대 간의 마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5년 연구공원(호암회관 위쪽)을 지으면서 메워 버린 천지약수터 계곡에 대한 불만도 같이 불거져 나왔다.


1999년에는 수원캠퍼스에 있던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이전 부지가 낙성대 쪽 국수봉으로 결정돼 관악산 훼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관악산을 지키는 시민모임’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연대해 서울대의 난개발을 반대하며 공청회와 주민 총궐기대회, 서명운동 등을 전개했고, 2000년에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논란 끝에 농생대 이전 부지는 자연대 운동장으로 변경됐다. 또한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대의 미개발지구 땅 60만여 평을 서울시로 환수하는 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서울대는 순환도로 밖 녹지지대는 개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고, 서울시는 문제가 된 지역에 대한 서울대의 소유권은 인정하나 개발은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1994년에 확정된 미술관 건립 계획은 추진 과정에서 녹지 훼손 논쟁으로 지연됐으나, 이후 관악구청과 서울대가 합의에 성공, 200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중이다. 작년 11월 완공된 대학원기숙사는 원래 18층으로 설계됐으나, 서울시의 심의를 거치며 9층으로 조정됐다. 이는 지난 2000년 7월, 대학의 건축계획에 대해서도 시의 심의를 받도록 관련법이 개정된 뒤 취해진 사전 심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서울대 캠퍼스는 원래 1975년 개정된 대통령령 제 7565호 ‘서울대학교 설치령’에 따라 관악산 일대가 도시계획시설지구상의 학교 부지로 지정돼 건축 허가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으나, 무분별한 개발에서 관악산의 경관과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자 대학의 개발권을 제한한 것이다.


 현재 서울대는 건물을 지을 때 건축 허가 대신 건축 협의 과정을 거친다. 환경성 검토 등에 교수진의 자문을 받아 ‘세부조성계획’을 마련해 관악구청과 서울시청에서 각각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악구 주민이나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는 사실상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시설계획과의 이강호 씨는 “캠퍼스 하나를 통째로 짓는 것도 아니고, 건물 하나 올리는 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성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대 시설과의 이연생 사무관은 “지금의 건축협의과정도 1년 이상 걸려 경관, 조경 등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악산을 지키는 시민모임’의 이후용 대표는 “남산 스카이라인 등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94년 철거된 외인아파트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2~30년 후에는 관악산을 흉물스럽게 막고 있는 신공학관도 철거돼야 한다”며 “산림을 훼손하지도 않고, 높은 건물로 시야를 가리지도 않는 미술관처럼 환경을 고려한 개발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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