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학술지 등재 제도 폐지돼 올해부터 신규 등재후보지 선정 작업 중지
학계의 자율적 학술지 심사에 공정성 담보하는 일이 관건…우수 학술지 집중 육성으로 소규모 학문 분야 고사 등 학문 생태계 위협 우려

지난해 12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학술지 지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의 핵심은 학술지 등재 제도 폐지다. 학술지 등재 제도는 교과부 산하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신청 학술지를 평가해 등재 학술지로 등록하고 이들을 지원했던 제도다. 하지만 학술지 등재 제도는 도입된 이래 학술지 평가를 정부가 담당하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됐고(『대학신문』 2010년 11월 22일자) 이에 교과부는 지난해 8월 공청회를 여는 등 학술지 제도 개선안에 대해 논의해왔다(『대학신문』 2011년 9월 19일자). 공청회를 비롯한 여러 절차를 거쳐 학술지 제도는 ‘등재 제도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그래픽: 김태욱 기자 ktw@snu.kr


학술지 제도, 어떻게 바뀌나

현행 학술지 평가 제도하에서는 등재 신청 학술지 중 일정 기준만을 충족시키는 것을 등재후보학술지(등재후보지)와 등재학술지(등재지)로 선정해왔다. 실제로 1998년 제도 도입 당시 56종이었던 학술지가 지난해에는 2,060종에 이르는 등 등재지 선정의 낮은 장벽으로 수준 미달인 등재지가 난립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등재 후에도 사후 관리가 허술해 일부 학술지들은 편법으로 지원금을 타내는 폐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에 교과부는 이러한 정부 주도 학술지 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술지 평가를 학계에 전적으로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행 학술지 등재 제도는 오는 2014년 12월 31일자로 최종 폐지될 예정이며 당장 올해부터 신규 등재후보지 선정 작업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등재지와 등재후보지에 대한 관리를 위해 현장실사와 계속평가 등은 지속된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부터 등재 신청 학술지 중 신청자격 충족시에는 모두 등재지로 인정하던 것을 경쟁체제를 도입해 70% 정도만 등재지로 선정했다. 앞으로는 이런 경쟁체제를 강화해 등재후보지 중 등재지로 선정하는 비율을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한편 우수 학술지 지원 사업도 새로이 시작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매년 1천여 종의 학술지에 대해 발행경비를 지급해왔으나 앞으로는 학문 분야별로 우수 학술지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교과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학계의 교수·연구자들에게 ‘논문을 싣고 싶은 학술지’,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학술지’ 등의 질문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이렇게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우수 학술지를 선정한다. 구체적인 지원금이나 학술지 수는 변동될 수 있으나 교과부는 2014년까지 20개 내외의 우수 학술지를 선정해 각 1억5천만원씩 5년간 지원할 예정이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학계의 자율적인 학문 기반이 조성됨과 함께 우리나라가 학술 연구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등재 제도 폐지, 고려해야 할 점은

학술지 등재 제도는 폐지됐지만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받게 된 학계가 제대로 된 학술지 평가를 이뤄내는 것 역시 또 다른 과제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정성 담보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배균 교수(지리교육과)는 학계에서 학술지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평가할 때 보다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박 교수가 제시하는 것은 향후 교과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온라인 논문 투고 및 심사 시스템’을 보다 더 실효성 있게 실시하는 것이다. 그는 “논문을 투고하고 심사하는 과정이 모두 온라인상에 기록되고, 심사받는 논문을 여러 학자·연구자들과 함께 감시기관 등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느 정도 투명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기존 등재 요건 중 하나였던 논문 탈락률이 편법으로 조정됐던 사례들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유사한 기존 등재지가 통합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 학술지 통합을 유도하는 등의 방안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우수 학술지 집중 육성 방안이 학문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특히 논문의 질이 아닌 설문조사 형식의 평판도 조사가 훌륭한 학술지를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재춘 교수(영남대 교육학과)는 “설문조사로 우수 학술지를 선정하게 되면 회원 수가 많은 학회의 학술지가 훨씬 유리해져 소규모 학회의 목소리가 묻힐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양한 논문을 실을 기회를 박탈해 학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 역시 “몇몇 학술지만을 인정해 지원한다면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목소리를 담아내기 힘들 것”이라며 “이는 결국 학문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에 교과부 측은 “소외 및 신생 학문 분야와 지역 학문 발전을 위해 배려가 필요한 분야 등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들을 지원할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이 수립되지는 않은 상태다.

새로 개편된 학술지 제도가 잘 이뤄지려면 지금부터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비하고 대응책을 고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학술지 제도가 어떠한 형태로 시행될지 교과부가 오는 6월에 내놓을 가이드라인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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