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관악산...터널이 뚫리고 굴뚝이 생긴다.

▲ © 그래픽: 김응창 기자

지난 2월, 서울시가 올해 안에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의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각종 환경, 시민단체들과 서울시의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남부순환도로 고가도로화’를 통한 ‘서울시 동서 간의 원활한 교통’을 목표로 1994년부터 서울시가 추진해온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사업은 10여 년간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난항을 겪다가 지난 1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받음으로써 일단락됐다. 이제 서울시는 주민협의사항을 환경부에 보고하는 절차만 끝내면 곧바로 공사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인근 8개 자치구 주민과 서울대, 환경운동연합 등 33개의 단체로 구성된 ‘강남도로건설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서는 ▲부실한 환경, 교통영향 평가▲노선 변경 과정의 불투명성 ▲주민 의견수렴 부재 등의 이유를 들어 여전히 도로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로가 생기면 주변 지역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등 이점이 많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도로 건설에 따른 관악산의 생태계 파괴 문제에 대한 논란만큼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초 노선보다 14km 우회하도록 설계된 현재의 ‘브이자형 노선’의 6차선 도로는 관악산과 우면산을 각각 7658m, 2620m 가량 뚫고 지나간다. 이는 현존하는 국내 최장 길이 터널인 4600m(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또한 터널의 환기를 위해 지름 3m 정도의 환기통을 뚫을 예정이라고 한다. 김정욱 교수(환경계획학과)는 작년 12월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터널 공사로 인한 진동과 소음은 숲속의 새와 동물들의 서식 환경에 큰 피해를 줄 것이며 수맥 훼손으로 인한 지하수의 고갈, 자동차 매연에 의한 대기오염 등으로 관악산의 생태계는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악터널이 지나는 노선에서는 『대학신문』의 관악산 생태계 탐사 때에도 여러 종의 새와 식물이 관찰됐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습지식물 자생지의 거리도 매우 가깝다. 이우신 교수(산림자원학과)는 “환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은 관악산에서 서식하는 많은 곤충들의 수를 감소시켜 이를 잡아먹고 사는 새들도 더 이상 관악산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터널 공사 중 지하수 통로를 훼손할 경우,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땅귀개 등 관악산에서 자생하는 습지식물의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


서울시는 노선변경의 이유에 대해 “관악산과 우면산을 지나지 않는 당초 노선에 따라 일반 토공으로 도로를 건설할 경우, 과다한 절취로 생태계 및 녹지축 파괴가 더 심각해진다”며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터널을 계획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터널 입출구 절취 부분의 식생을 원상복귀시키고 지속적인 생태 모니터링을 시행한다면 환경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환경연합’ 환경정책국 김영란 부장은 “산에 터널과 환기구를 뚫게 되면 주변의 생태계 전체가 마비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인데, 서울시 측에서는 터널 입출구 부분 외에는 생태적 피해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하며 “공대위에서는 서울시의 근본적인 대책과 건설계획 변경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반대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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