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는 모습을 보면 바야흐로 복지의 시대가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때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가 복지냐 경제성장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편적 복지에 대한 견해를 두고 다퉜지만, 이제는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각 정당의 복지공약에 어떤 방향성의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여야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내놓은 수많은 복지공약을 모두 실현하기 위해서는 5년간 최대 340조원이 들어가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된다는 것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비판했듯이 정부가 정당의 공약에 시비를 거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각 정당들이 복지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보수 세력이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며 여론을 선동하는 모습이 밉다고 해서, 재원에 대한 고민 없이 무책임하게 복지공약을 남발하는 정당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단순히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서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복지가 많이 발전해왔지만 국제적인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이 복지에 쓰는 돈이 많지 않은 저복지 국가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2007년 우리나라의 사회지출은 GDP의 8.2%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9.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의 제도적 틀이 완비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복지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부족한 복지재정으로 인한 한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기초노령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기초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 등 최근 제기되는 굵직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복지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복지재정은 어떻게 확충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재정구조를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조세부담 없이도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의 복지재정이 부족한 핵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국민부담률이라 하는데, 지난 2009년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5.5%로 OECD 평균 33.8%에 비해 크게 낮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조세부담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복지국가의 질적인 도약을 이뤄내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부담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과세 감면 축소,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사회보험료 인상, 사회복지목적세 도입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가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국민정서상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싫은 당장의 사정이야 있겠지만, 결국에는 현실적이고 타당한 복지재정 확충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진정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논의가 더욱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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