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행위에 불과한 학생대표 ‘공개모집’
소극적 태도 일관한 학생회도 반성 필요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 전반에 참여해
학생이 진정한 학교의 주체로 거듭나야

노상균 취재부장

작년 9월 동맹휴업을 앞둔 어느 수업시간,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법인화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한 학생이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자 교수님은 ‘너희는 졸업하면 떠날 사람들’이라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셨다. 대학의 주인은 교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학교의 주인도 학생이라고 해야 할까. 등록금을 내는 주체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권리가 있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원론적인 이야기가 큰 힘이 없이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정말 학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이 학교 운영에 무관심한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므로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실제 주인으로서 행동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돌아봐도 학생대표라고 할 수 있는 연석회의조차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는 등록금 문제에서 발을 뺐다. 등심위에 참여해도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이해는 가지만 학생들의 알 권리를 학생대표가 저버리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학생대표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석회의는 ‘의결권’을 주장하다 결국 테이블 위에 앉아보지도 못했다.

덕분에 학교는 ‘학생대표 공모’라는 꼼수를 고안해냈고 학생들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학생대표 덕에 고작 5% 등록금 인하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올해 법인 전환으로 국고로 귀속되던 수업료가 학교 수입으로 전환되면서 등록금 수입이 150억이나 증가했음에도 말이다. 앞으로 평의원회 학생 참관인, 장학·복지위원회 학생대표 등 학생들이 대학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종 기구들은 학생대표를 공개모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학교 운영에 반발이 심한 학생회장 보다는 공개모집을 통해 입맛대로 뽑은 학생대표가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이제 학생들의 투표로 뽑힌 학생회는 학생대표로서 인정을 못 받는 신세가 됐다. 아니, 학생회는 이미 학생들에게도 투표로 인정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지난해 있었던 총학선거는 무산됐고 현재 학생회장이 없는 단과대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달 시험기간에 있을 총학선거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학교에서 인정하지도 않는 학생대표를 뽑아서 뭐하겠느냐고 하는 학생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투표로 임명된 학생회장이 학교로부터 학생대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가. 최근 학생회 활동이 위축되고 학생회장 선거가 무산되는 현실이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치부돼왔다. 그럼에도 ‘무관심한’ 우리는 대통령의 실정과 집권여당의 무능함에 분노하고 있지 않은가. 학생회가 법인화를 반대하며 법인 전환 과정에 불참하고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로 등심위에 불참하는 등 학교 운영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생사회에 ‘무지’해진 것은 아닐까.

서울대가 목매는 세계대학순위 상위권인 한 대학에는 이사회에 학생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학생회는 학교 건물을 소유하고 그 임대료로 학생회를 운영한다고 한다. 이 대학의 학생회는 학교가 대학운영을 독단적으로 할 경우 자신들 소유의 건물을 폐쇄하기 때문에 우리들처럼 힘들게 행정관 점거를 할 필요가 없다. 학교측이 이러한 특권을 먼저 제안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건강한 학생사회가 그들만의 특권을 쟁취했다는 것. 그 첫걸음은 학생회가 학생들로부터 진정한 학생대표로 인정받고 든든한 지지를 받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아닐까. 다가오는 선거의 계절, 학내에 선거 바람이 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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