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앞둔 정당들의 굵직한 청년공약… 예산안 부재와 모호한 내용 점철된 ‘구색맞추기’

삽화: 선우훈 기자 mrdrug@snu.kr

각 정당들이 앞다퉈 ‘청년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내용에 현실성이 없고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되지 않는 등 허점이 지적돼 시작 단계부터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청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되고 ‘청년’이 총선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각 정당에서 너도나도 20대를 공략한 정책 공약을 내놓기 바쁘다. 새누리당은 ‘국민과의 약속’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민주통합당도 보편적 복지정책 시리즈 중 우선적으로 청년 복지정책을 언급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20대 부분 100대 세부과제를 발표해 청년에게 중점을 둔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기성 정당들의 대동소이한 청년 공약 중 상당수가 대학교육·주거·취업과 창업·군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들로, 기존에 제시됐던 공약들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생 주거의 경우 새누리당은 최대 3000가구의 대학생 보금자리 마련과 기숙사 부지 확대를 내세웠고 민주통합당 역시 최대 5000호의 대학생 공공주택 지원과 대학부지 내 기숙사 건립 장려를 약속했으나 이는 최근 국토해양부에서 시행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청년 구직 문제에 있어 새누리당은 △청년중소기업 확대 △공공부분 청년채용확대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로 인상하는 등의 정책안을 내놓았으며, 민주통합당도 취업준비청년 지원금, 정규직 전환지원금, 대기업 청년고용 의무 할당제를 내세웠으나 청년창업지원과 취업지원 방안은 지난 2003년 17대 대선부터 제기됐던 사항으로 그 내용에 있어서도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선미 간사는 “공약들이 이전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며 “청년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찰과 연구 없이 닥친 총선에 맞춰 기존 정책 베끼기에 급급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작 단계에서부터 비판에 직면한 각 정당의 청년 정책과 관련해 집행 예산 확보의 불확실성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다. 반값등록금 실현 등 굵직한 공약을 내놨지만 정작 재원 마련 등 이를 실현할 방법에 대해서는 대책을 예비하지 못한 탓이다. 각 정당들은 예산안 없이 각종 무상 대책과 대기업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대학생 주택 지원, 반값등록금, 군복무자 사회복귀 지원금 등을 약속하며 천문학적 비용을 요하는 대책들을 우후죽순으로 내놓았다. 일례로 5년간 약 90조원 이상의 지출을 요하는 정책들을 발표한 새누리당은 국채발행을 하지 않는 대신 재정개혁과 조세개혁, 복지 개혁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토대로 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 개혁 방안이나 재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검토도 이뤄진 바 없다. 이렇듯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이 전무한 상태에서 정책을 무계획적으로 추진하다보니 신뢰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선미 간사는 “20대 투표권자들은 기존 정치 상황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황”이라며 “구체적 계획 없이 공약을 일단 내놓고 보는 정책 실무자의 무책임한 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약의 내용이 모호하고 허황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청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스펙 초월 청년취업센터’나 ‘청년인재은행’이 대표적 예다. 청년취업지원센터는 스펙제일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면접과 현장실습으로 선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분야의 멘토들이 맞춤 교육을 실시한 후 각자의 적성에 부합하는 기업에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양성된 인재를 청년인재은행에 등록해 공공기관 채용인력의 5~10%를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어떻게 ‘스펙’을 떠나 열정과 잠재력만으로 인재를 평가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청년’ 문제 관련 공약이 진정 청년을 대변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20대의 표를 반짝 겨냥한 선심성 전략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권익위원회 최현복 부위원장은 “말뿐인 선거 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키워드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고민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청년 문제가 단순히 20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와 긴밀히 얽혀 있기 때문에 20대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사안에 대한 부분적 대처에 집중하기보다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통합당 정은혜 청년비례대표는 “청년 고용 문제의 경우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노동·고용시장이 양극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각 정당은 청년 관련 문제 발생의 원인인 경제 구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