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 어린이집 운영과 보육 공공성

민간 어린이집 단체는 지난달 말 보육료 동결과 규제강화에 반대하면서 집단휴원을 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파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이지만 이번 사태는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운영이 힘들다는 목적으로 담합하여 벌인 휴원일 뿐인 것이다. 그들은 보육료가 동결돼 교사들의 임금을 올릴 수가 없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휴원과 집회에 동원했고 그동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힘겨운 생활을 했던 교사들은 이러한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 그나마라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함께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교사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원장 단체는 정작 보건복지부와의 면담에서는 민간 어린이집의 운영지침과 특별활동비 규제완화를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교사들의 열망은 온데간데 없어진 것이다. 이는 원장 단체의 어린이집 전면 휴원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돈벌이로 전락한 어린이집이 매스컴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머릿수가 돈으로 계산돼 거래되는 경악스러운 일들을 ‘못하면 바보’ 취급 받는 것이 현실이 돼버렸다. 그간 알려진 ‘수면으로 떠오른 어린이집 불법 매매’와 ‘아이들의 특기 적성교육을 외부업체에 맡기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사건’ 등이 있으며 ‘근무하지 않은 교사와 원생을 허위로 등록해 인건비 등을 받아 가로챈 사건’들은 옵션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의 휴원은 더 많은 이윤을 보장받기 위한 담합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최근 정치 노름판에서 꽤 큰 판돈이 된 듯한 ‘보육’에 대한 정책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는 무상보육이라는 말이 난무한 가운데 교사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아지고, 정작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거려야 하는 지경이 돼 버린 이 상황을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채 공짜보육으로 보육현장을 어지럽히기나 한다면 앞으로 더 큰 보육대란을 맞이하게 될것이다.

보육의 공공성 확대와 국가적 책임에 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은 5.3%, 늘 이 수준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다. 정부는 부모들 그리고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국·공립 확충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고 보육을 민간시장에 떠맡겨왔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부의 민간 어린이집 확대를 중심으로 이어온 보육정책이 낳은 폐단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제라도 민간 어린이집 확대를 근간으로 하는 보육시장화 정책을 폐기하고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질 개선을 위한 정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제 잇속 차리기 바쁜 사용자 단체의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경제위기 속에 맞벌이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땅 대다수 학부모들과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묵묵히 보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보육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심선혜
민주노총 공공노조 보육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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