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클래식 한국영화 릴레이

지난 13일(화)부터 오는 23일까지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상영 프로그램 ‘클래식 한국영화 릴레이’가 열린다. ‘발굴된 과거’라는 부제를 가진 이 행사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수집한 1930~40년대 한국영화 8편(△「미몽」 △「군용열차」 △「어화」 △「반도의 봄」 △「지원병」 △「집없는 천사」 △「망루의 결사」 △「조선해협」)을 선보인다. 이 8편은 광복 이후 근래까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영화였으나 1998년 「망루의 결사대」가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에서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2004년과 2006년 2년에 걸쳐 나머지 7편이 중국전영자료관으로부터 반환됐다.

1930년대 이후의 한국영화에서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소리 없이 영상만 나오고 변사가 스토리텔링을 이끌었던 무성영화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유성영화’가 제작된 것이 큰 변화였다. 현존 최고(最古) 유성영화 「미몽」(1936)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가 된 작품으로 형식적인 새로움과 더불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신여성, 즉 ‘모던걸’을 소재로 다룬다. “나는 새장의 새가 아니예요!”라며 집을 뛰쳐나가호텔 방에서 연인과 함께 생활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반도의 봄」(1941)은 ‘극 중의 극’ 형식 속에 당시의 상황을 절묘하게 끌어들이는 창의적인 연출을 취했다. 영화 ‘춘향전’의 제작과정을 다시 영화에 담으면서도 당시의 흔한 영화 소재였던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본 영화계를 배우고자 하는 조선 영화계와 그에 침투하는 일본 자본 등 전반적인 현실을 극 중의 극 장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한편 한국영화사에서 암흑기라고 불리는 1940년대의 작품도 여과 없이 상영된다. 1940년 8월 ‘조선 영화령’이 내려진 이래로 광복 전까지 영화의 제작과 배급 및 흥행 등 각 분야에 대해 일본의 통제가 심했다. 이는 일본이 영화를 전시체제의 옹호와 선전으로 이용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1940년대 영화 대부분은 군국주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됐다. 때문에 이 시기의 한국영화를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지원병」(1941)의 경우에는 제목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 청년들에게 2차 대전에 참전할 것을 권하는 전형적인 선전 영화다. 2차 대전에 지원병으로 나선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멜로드라마의 이면에 “우리들은 황국신민이므로 가진 모든 것을 나라에 바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등 지원병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친일영화로 평가된다. 「망루의 결사대」(1943)는 조선총독부의 주도로 제작돼 조선의 항일 무장투쟁 세력을  흉악무도하고 무자비하게 묘사한 반면 일본인 국경수비대는 조선인과 일본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한 가족처럼 보살피는 내선일체의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1930~40년대의 한국 영화는 서구식 근대 문물을 점차 수용해가는 과도기와 일제 강점기라는 억압적인 현실이 맞물려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상을 담아낸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재가 적지 않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당대 사회 모습을 반영하는 기록물이기도 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네마테크KOFA 모은영 담당자는 “한국 고전영화를 시대순으로 감상하면서 한국영화의 발전상을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번 프로그램의 의의를 밝혔다. ‘클래식 한국영화 릴레이’에서는 20일부터 나흘간 매일 오후 2시에 영화 「지원병」,「집없는 천사」,「망루의 결사대」,「조선해협」을 차례로 한편씩 상영한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한국영상자료원 DVD 열람이나 웹사이트의 VOD를 통해 이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문의: 시네마테크KOFA(02-3153-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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