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스누문화행사돋보기

매년, 매학기, 매주 꾸준히 캠퍼스에 정기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하지만 오며가며 종종 마주칠지라도 어떠한 취지와 내용으로 개최되는 행사인지 몰라 지나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을지 모른다. 『대학신문』은 4회에 걸쳐 학내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① 단과대 졸업 행사
② 인문대 외국어연극제
③ 영화 상영회
④ 음악 연주회

졸업을 맞은 학생들이 넘어야할 문턱은 전공에 따라 그 모습이 사뭇 다르다. 때때로 학생들은 작업실에서 창작의 고통을 느끼거나 콘서트홀에서 끊임없이 연습을 거듭해간 끝에야 졸업의 관문을 넘을 수 있다. 특색이 있다고 손꼽히는 몇몇 단과대 졸업행사의 어제와 오늘을 마주해본다.

◇미술대학 졸업전시회=1946년 미대가 문을 연 이래 매년 꿈 많은 미술학도들을 미술계로 내보내왔던 졸업전시회(졸전)는 조소·서양화·동양화·디자인 등 다양한 세부 전공생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다. 매년 12월 초면 학생들의 땀방울이 묻은 졸업작품을 미대(49~52동), 종합교육연구동(220동), 미술관MoA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단과대의 여러 졸업 행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만큼 전시 기간에는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오가 뜨거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고.

이렇게 큰 관심은 과거에도 여전했다. 196~70년대 졸전이 열릴 때면 광화문 네거리에는 졸전을 알리는 아치형 현수막이 걸리고 각종 신문에 알림 기사가 실리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1963년 12월 26일자 「경향신문」이 졸업작품을 “미술가로의 부푸는 꿈”이라 지칭하며 미대 졸전을 “4년 동안 학교에서 구축한 ‘아티스트’로서의 바탕을 펴 보이는 자리”라고 서술한 것은 이러한 세간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한편 졸전은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만큼 출품작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진 경우도 있다. 작년에는 미대 디자인 전공 학부생이 졸업작품에 호모포비아적 혐오를 드러냈다며 학내외 여론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건축학과 건축전=건축학과에서도 5학년 학생들의 졸전 건축전을 열어 건축학 전공생과 건축공학 전공생의 건축 창작물을 전시한다. 과거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건축전은 이제 건축학과(39동) 전시실, 4층·5층 복도로 한걸음 가까워졌다.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 학내를 지나다보면 학생들의 노력과 상상력이 담긴 작은 건축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건축전이 개최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건축학과가 10주년을 맞은 것을 기념하며 건축전을 연 것이 그 시작이 됐다. 이후 건축학과 졸업생들은 꾸준히 새로운 상상력을 발현함과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인간적 가치를 건축작품에 담으려 노력해왔다. 김광현 교수(건축학과)는 “매년 건축전에서 사회를 생각하는 학생들의 역량을 엿볼 수 있어 기쁘다”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한국 건축의 미래들을 지켜보는 의미있는 자리”라 건축전을 평했다.

개막전 이전에는 실무에 종사하고 있는 건축가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건축전 평가회가 실시된다. 작년 건축전에서 「private city/public home」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이진경씨(건축학과·06)는 “건축전에 출품한 작품을 평가받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의 비평을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평가회의 의의를 밝혔다.

◇음악대학 졸업연주회=윤현주 교수(성악과)에게 졸업연주회는 학창시절 따스했던 마지막 추억의 한 자락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다. 윤 교수는 “70년대 음대는 을지로 6가에 위치한 작은 캠퍼스로 학생 수가 매우 적었다”며 “발표회가 끝나면 콘서트홀 앞에 자리한 연못에 동기들끼리 둘러앉아 오붓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아련하다”고 회상했다.

현재 음대는 10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두달여간 문화관(73동)과 음대 예술관(49동) 콘서트홀에서 졸업연주회 및 발표회를 연다. 학생들은 긴 시간 동안 갈고 닦은 음악적 기량을 독주회나 조인트 리사이틀에서 아낌없이 내보일 뿐만 아니라 서로의 연주회를 찾아가 학창시절의 마무리를 축하해주는 끈끈한 의리를 발휘한다. 간혹 인기 있는 학생이 무대에 오를 때면 지인들로 콘서트홀이 북적거렸다는 후일담이 종종 들려오기도 한다.
지난 2008년부터는 학생들의 소리가 담긴 모든 졸업 연주를 CD와 DVD로 만들어 음대(55동) 도서실(104호)에서 보관하고 있어 졸업연주회가 지나서도 졸업생들의 연주곡을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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