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외 2권)
새로 나온 책(『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외 2권)
  • 나영인 기자
  • 승인 2012.03.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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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지음ㅣ부키ㅣ424쪽ㅣ1만4천9백원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다. 이명박 정부의 우파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의적절하다. 다시 신자유주의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선택지로 선회할 것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장하준 신드롬’을 일으킨 장하준과 복지국가 담론을 이끌어낸 정승일, 이종태가 한국 경제의 앞날을 설계하기 위해 다시 만났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후로 5년만에 만난 이들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출간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논리는 분명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주춤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이라는 화두가 다시 득세하기 시작한다.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한다. 이미 실패로 입증된 신자유주의 논리가 새로운 외피를 입고 등장했다는 것이다.

장하준에 따르면 소위 ‘좌파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금융개혁은 오직 금융자본의, 금융자본에 의한, 금융자본을 위한 것으로 근본적으로 자유 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맹신하는 체제를 이룬다.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몰락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의 근원이 주주 자본주의와 금융자본에 주도권을 넘긴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정보 공개와 투명성 강화 정도의 개혁으로는 금융 시장만 다시 살려낼 뿐 다른 부분의 경제까지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내놓는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주장과 일관되게 저자들은 좌·우파 논리를 넘어서는 ‘보편적 복지’를 제시한다. 경제를 민주화해야 한다거나 재벌을 개혁하자는 좌파 신자유주의의 대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론을 바꾸자는 것이다. 가령 단순히 재벌에 대한 반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기업 집단법 제정’, ‘재벌이 첨단 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산업정책’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벌이 복지 확충에 역할을 하도록 만들자는 식이다.

저자들은 국민과 정치인들이 복지 지출을 ‘공짜’가 아닌 ‘공동 구매’로 보고, 복지 예산을 늘릴 결단을 내릴 때 보편적 복지가 이상에 머무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민 지음ㅣ김영사ㅣ296쪽ㅣ1만4천원

“세간의 옳음과 그름이란 것/ 까마귀의 암수처럼 분간 어렵네”(이덕무, 「우음」)라는 뜻의 자웅난변(雌雄難辨). 이곡, 정약용, 이덕무 등 옛 지식인들이 혼탁한 세태를 일갈하기 위해 차용한 이 구절을 음미하다보면 선거철만 되면 실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정책이 난무하고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는 오늘날의 세태가 떠오른다.
고전 연구에 천착했던 한문학자 정민 교수가 마음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담은 저서 『일침(一針)』을 출간했다. 총 100개의 글이 담긴 『일침』은 ‘자웅난변’, ‘교자이의’, ‘불통즉통’과 같은 사자성어의 의미와 배경을 소재로 한다. 각각의 글들은 25개씩 ‘마음의 표정’, ‘공부의 칼끝’, ‘진창의 탄식’, ‘통치의 묘방’ 네 갈래로 묶인다.

고전의 지혜를 빌린 그가 현실에 가하는 ‘일침’은 간명하지만 오히려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피부에 와 닿던 현실의 문제들이 수천년에 걸쳐 사유가 응축된 사자성어에서 다시금 발견된다. 네 글자밖에 안 되는 언어에서 우리의 고민과 선인들의 고민이 겹쳐지는 것이다. 넘치는 통계 자료와 ‘구구절절’한 분석들에서 얻을 수 없는 울림이다.

저자가 지난해의 화두로 꼽기도 했던 ‘수락석출’은 ‘물이 줄자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본래는 적벽강의 달라진 풍경을 묘사한 말이었지만 후대에는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의미로 쓴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에  거리로 나와 1%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99%의 시민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듯 잠겨 있던 갈등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지금 시점과 잘 맞물린다. 저자는 지금의 세태를 보고 “하마터면 배 밑창에 구멍이 날 뻔 했다”며 “섬뜩하다”고 진단한다.

어지러운 세상, 옛 성현의 지혜가 그리운 때다. 간결한 네 글자에 담긴 깊이 있는 사유가 독자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피터 노웍 지음ㅣ이은진 옮김ㅣ문학동네ㅣ432쪽ㅣ1만7천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는 자주,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만약 이들이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세 축이라면 그것은 지나친 비약인가?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현대 과학기술과의 관계를 파헤친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가 출간돼 관심을 끈다.

저자는 일견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 있는 세 산업들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다만 전쟁, 섹스 그리고 음식이라는 세 가지 욕구를 둘러싼 군수, 포르노, 패스트푸드 산업의 발달이 기술 문명을 주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에서 시작됐다. 화면을 채운 에메랄드빛이 걸프전을 중계한 CNN의 화면에서도 나타난 것이 저자에겐 의문이었다. 저자는 결국 군에서 개발한 야간투시 기법이 섹스 비디오에서도 이용됐음을 밝혀낸다. 여기서 시작된 저자의 연구는 전쟁과 포르노 산업 그리고 패스트푸드 산업 전반이 서로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밝히는 데까지 나아간다.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해줄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가령 정크푸드의 대명사인 ‘스팸’ 은 본래 전쟁 중 병사에게 필요한 열량을 공급하고 오래 보존하기 위해 개발한 전투식량이었다. 사진 및 동영상 파일 형식인 JPEG, GIF, MPEG 역시 미 국방부가 군사적 목적에서 개발한 기술을 ‘플레이보이’사가 동영상을 웹에 올리기 위해 파일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

현대 문명을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을 키워드로 묶어내는 저자의 참신함이 돋보인다. ‘욕망의 삼중주’로서의 현대 문명의 모습이 일견 흥미롭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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