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연구를 위해 탈한국적 자세로 소규모 지역에서 직접 부대끼는 ‘로컬’ 연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지난 22일(목) 롯데국제교육관(152-1동)에서 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제11회 아시아 포럼이 열렸다. 구 후생관(101동) 자리에 새로 건설 중인 건물로 이사를 앞둔 아시아연구소는 이번 포럼을 통해 아시아연구소가 향후 지향해야 할 연구 방향을 논의하며 아시아 연구 방법론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가졌다. 이번 포럼에서는 전경수 교수(인류학과·사진)가 ‘아시아 연구를 위한 인류학적 관점’이라는 주제로 앞으로 아시아 연구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전 교수는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경험 중심적 연구 방법과 함께 탈한국적 관점을 제시하며 ‘로컬’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사진: 남상혁 기자 as0324@snu.kr
전 교수는 아시아연구소가 문화적 맥락에 근거한 ‘문화 중심적’인 연구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경험 중심의 연구 태도를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전 교수의 실제 경험담과 함께 직접 촬영한 사진, 동영상 등의 시각적 자료들도 제시돼 직접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생생히 보여줬다. 이어 전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1차적으로 가공된 자료들이 마치 자신들의 경험인 마냥 설명돼있는 선행연구를 지적하며 가공된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시각으로 보는 아시아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탈한국’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아시아 연구의 대부분이 한반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역에만 집중돼있는 현황을 지적하며 이 중에서도 특히 정치·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일본, 중국 등의 나라에 편향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나라 혹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라만이 ‘아시아’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탈한국적 관점의 성패 여부에 따라 아시아 연구에 대한 방향성과 범위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라는 국부적 관점에 사로잡힌다면 아시아를 바라보는 아시아관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더 넓은 아시아를 연구하기 위해서 이러한 아시아관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전 교수는 “아시아 연구는 탈한국적 관점과 직접적 경험뿐 아니라 ‘로컬’에도 기반을 둬야 한다”고 설명하며 ‘로컬’에서 생각하는 아시아를 그려야 한다고 밝혔다.  ‘로컬’이란 작게는 사람들이 모여 생성된 공동체(커뮤니티)에서부터 크게는 지역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 교수는 미개, 오지,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포함하는 의미의 ‘로컬’이 학문대상 영역임에도 연구자들이 대체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실제 캄차카반도의 삼림과 쿠릴열도 인근 해양 지역의 경우 이를 다루는 연구자가 전무하다. 이렇듯 타이완 소수민족에 대한 연구원들의 무관심한 태도 때문에 아시아 연구에서 타이완 소수민족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진정한 ‘아시아 연구’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 아시아 전체를 탐구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좁은 지역 단위에서 ‘로컬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거시적 담론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인간’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함을 언급했다.

발표가 끝나자 전 교수의 경험 중심적 연구 방법론에 대한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경험 중심적 연구가 어떻게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강명구 교수(언론정보학과)의 질문에 전 교수는 “지역이 학교, 주민이 교사”라며 “직접 그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전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직접 지역 주민들과 생활하는 정도의 밀착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를 기르는 법을 연구할 때와 같이 경험의 공유가 연구 대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서로 부대끼는 과정에서만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은 사실 궁극적으로 자기를 보기 위한 첫 걸음이다”며 “진정한 자신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을 잘 봐야한다”고 전했다.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진정한 아시아 연구를 위해 연구 지역에 보다 더 밀착한 연구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오는 6월 개소식이 열릴 아시아연구소의 향후 연구 성과가 기대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