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라운지 토크」: 오늘날의 조각, 입체성에 비물질·2차원 요소까지 끌어들여

지난 22일(목)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최근 주목받는 현대 일본 예술가 4인과 함께하는 「라운지 토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독립 큐레이터 가브리엘 리터가 사회를 보고 △마사야 치바 △테페이 카네우지 △유키 키무라 △고키 다나카와가 두시간에 걸쳐 조각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조각’이라 하면 사람들은 대개 로댕이나 미켈란젤로의 작품같이 브론즈나 석재 등의 물질을 깎아 형태를 만든 입체적 작품을 떠올릴 것이다. 이는 회화 같은 평면예술 분야와 조각을 명확히 구분하는 고전적인 인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 미술가들은 특정한 소재와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조각의 의미를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네명의 일본 작가들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 회화, 콜라주, 사진, 비디오 등 기존과는 다른 매체를 이용해 조각을 구현하려 한다. 이 예술가들은 이번 논의의 자리에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조각이 본인에게 갖는 의미를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이들은 서로 다른 층위 간 ‘경계 허물기’에 주력한다. 통상적으로 조각예술은 시각과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물질성과 3차원으로 대표되지만 현대 조각은 실재함에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비물질성과 2차원을 끌어들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하여 예술가는 물질과 비물질의 공간, 2차원과 3차원의 공간 사이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화를 일궈낸다. 유키 키무라는 벽에 걸린 사진과 그 아래 사진의 그림자 모양 구조물을 한 데 설치함으로써 사진을 조각화했다. 사진이 가지는 물질과 비물질의 속성을 동시에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그는 “사진은 그림자가 생기고 태우면 없어지는 명백한 물질이나 사람들에 의해 기억되는 사진 속 시각적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는 비물질”이라며 본인 작품의 조각적 속성을 설명했다. 고키 다나카와는 여러 사람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을 담은 비디오 아트를 통해 물질과 비물질의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조각예술을 보여줬다. 피아노라는 물질과 음악소리, 연주자들 간의 상호관계 같은 비물질 요소의 조화를 작품 속에 담아낸 것이다. 사정상 한국에 오지 못했던 그가 화상 통화로 “지금 내가 한국에 못 간 상황 그 자체도 조각으로 담을 수 있는 비물질에 해당한다”고 부연한 점 역시 이러한 그의 예술관을 잘 드러내준다.

 한편 테페이 카네우지는 콜라주를 통해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조각의 범주를 넓혔다. 콜라주는 평면예술이지만 그를 이루는 각각의 요소들에 무게감과 질감을 더해 중력을 가지는 입체성을 띠도록 했다. 2차원에 3차원의 요소가 결합한 입체 콜라주, 즉 프리콜라주인 것이다. 전형적인 2차원 예술 회화를 3차원의 공간으로 불러들인 경우도 있다. 마사야 치바는 이젤이 아닌 거리 간판 받침대 위에 회화 작품을 올려놓거나 캔버스에 막대기를 꽂아 놓아 입체감을 부여했다. 그는 “벽면에 걸린 보통의 회화와 달리 캔버스 자체를 오브제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조각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매체가 예술에 활용되는 오늘날에 조각이 더이상 기존의 정의 속에서만 규정될 수 없다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다. 가브리엘 리터는 “현대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이러한 관점과 관련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은 작품 감상을 더욱 풍요롭고 깊게 만들어 주기에 중요하다”며 「라운지 토크」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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