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스누 문화 행사 돋보기

매년, 매학기, 매주 꾸준히 캠퍼스에 정기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하지만 오며가며 종종 마주칠지라도 어떠한 취지와 내용으로 개최되는 행사인지 몰라 지나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을지 모른다. 『대학신문』은 4회에 걸쳐 학내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① 단과대 졸업 행사
② 인문대 외국어연극제
③ 영화 상영회
④ 음악 연주회

“객석에 앉아 연극을 보는데 어느 순간 타임머신을 탄 듯 무대 위에서 후배들을 다그치던 10여년 전의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고 임제혁씨(불어불문학과·03년 졸업)는 졸업 후 외국어연극제(외연제)를 감상한 소감을 밝혔다. 어느새 15년이란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외연제. 그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조목조목 짚어보자.

 ◇인문대의 큰 축제= 매년 9월 한달 동안 캠퍼스 곳곳에서 막을 올리는 외연제는 인문대 내 어문계열학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하는 원어연극축제다. 학생들은 사전에 함께 모여 학과 간 공연일자와 장소 등이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하며 꼼꼼히 준비해간다. 지난해 제15회 외연제는 △영어영문학과 「Murder by Midnight」, 「Variations on the Death of Trotsky」 △노어노문학과 「미치도록 사랑하니까」 △독어독문학과 「아름다운 낯선 여인」 △불어불문학과 「지옥의 기계」 △서어서문학과 「어느 계단 이야기」 △중어중문학과 「돈, 녀석들」 을 각각 선정해 각국 원어 희곡을 학내 무대에 고스란히 살려냈다.

 지난 1997년 제1회 외연제에서는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 네 학과 학생들만 원어연극을 올렸지만 그 이듬해부터 노어노문학과와 서어서문학과도 외연제에 참여하기 시작해 현재 여섯 학과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학창시절 노어노문학과의 첫 외국어연극 연출을 담당했던 백승무 강사(노어노문학과)는 “후발주자로서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진중한 자세로 첫 외연제 작품에 임했다”며 “‘러시아 극장, 미쳐버리다’는 뜻의 ‘에르떼수스’라는 연극회 이름처럼 무대에 오르는 시간만큼은 연극에 미쳐 자신을 버리고 남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첫 연극을 회상했다.

 인문대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던 외연제는 제3회 축제에 이르러 영어영문학과 연극 주연을 법대 학생이 맡는 등 타 단과대 학생까지도 아우르는 학내 대표문화행사로 발돋움했다. 인문대가 단위모집을 광역화한 2002년부터 외연제는 학부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전공진입 후 학과에 애정을 느끼게 하는 마당의 역할까지 더했다. 초창기부터 서어서문학과 외연제를 지도해온 임호준 교수(서어서문학과)는 “저학년이 주로 배우를 맡기 때문에 어학적, 연극적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긴 하나 여러 학번이 함께 외연제를 준비하며 학과 소속감을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외연제가 풀어야할 숙제= 이렇게 유의미한 단과대 주요행사 중 하나지만 외연제는 적잖은 문제점들에 봉착해 있기도 하다. (『대학신문』 2010년 5월 2일자)

 우선 외연제는 연극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문계열 여섯개 과가 9월에 학과별로 시기를 협의해 연극제를 진행해야 하지만 시기상 두레문예관이나 학생회관 같은 학내 공연장의 예약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지난 몇년간 공간 확보를 둘러싸고 외연제 주최측은 타 동아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편 외연제는 상설화된 기구가 없어 각 과 학생들이 매년 프로젝트 형식으로 잠시 모여 준비했다가 해산하는 산발적 구조로 운영되는 문제도 안고 있다. 총기획단마저 매해 주먹구구식으로 조직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이전 외연제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축이 없고 인수인계 절차도 미흡하다. 또 외연제가 연합행사임에도 지난 15년간 개별적으로 소책자를 준비하는 등 여섯개 학과 연극회의 결속력이 부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 가능성도 있다. 공간 확보의 경우 건물 지하에 공연장을 갖춘 두산인문관(8동)이 완공돼 공연장 예약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또 지난해부터 외연제 책자를 한곳에 함께 수록하는 등 한층 적극적인 연합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단체적 움직임은 예산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이점이 있기도 하다. 지난해 외연제 영어영문학과 공연 기획을 맡았던 강태승씨(영어영문학과·09)는 “각 과의 광고와 극 소개를 한데 모아 기획을 하니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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