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뉴스에서 총선에 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4·11 총선이 목전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며칠 전 학생회관을 지나다 부재자 신고를 접수받기에 나도 신고를 했다. 그런데 투표는 관악구청에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문득 관악구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왕복  버스비가 심히 아깝게 느껴진 것이다. 경제학의 ‘비용’ 개념이 떠오르며 투표를 안 하는 게 나에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곧 이런 생각이 나의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걸 깨달았다. 경제학에 ‘구성의 모순’이라는 개념이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뜻하지 않은 해악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거시적인 현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눈앞의 작은 이익과 손해에 민감해지기 쉽다. 그러나 귀찮고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구성의 모순’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미칠 해악의 크기는 엄청날 수 있다.

그 해악은 ‘주인-대리인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헌법상 국민은 국가의 주권자지만, 국가 운영의 모든 영역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대리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투표로 그들을 견제하지 않는다면 정책 결정권자들은 굳이 시민의 뜻을 알고자 하지도,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대리인이 자신의 입맛대로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국가의 주인인 우리에게 나쁜 일임은 자명하다.

또 투표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유시민은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우리나라가 이미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국가로부터 완성된 헌법을 얻어왔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비용을 후불로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단순히 선거 제도라는 껍데기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서구에서 수백년에 걸쳐 이룩한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서도 완성됐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인식하고 지켜나갈 용의가 있느냐이다. 즉 우리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민주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후불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매우 클 것이다.

이같은 비용은 몇천원의 버스비와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에 내 시간과 돈을 들여서 투표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실 투표율 자체가 제일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귀찮음 때문에 투표조차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민주적인 사회는 사치일 뿐이다. 나처럼 주소지가 서울이 아니라 투표가 어렵다면 27일(화)까지 진행되는 부재자 신고를 이용할 수 있다. 부디 이번 19대 총선에 많은 청년들이 투표장으로 향하길 바란다.
 
 김진용
 경제학부·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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