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목소리’는 죽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2년, 『대학신문』은 창간일인 2월 4일에 맞춰 50주년 특별호를 발간한다. 총 8면 중 6면을 할애해 오십돌 생일을 자축했던 『대학신문』 특별호는 이기준 당시 서울대 총장,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쟁쟁한 학내외 인사들의 진심어린 축하글과 당부로 가득찼다. 『대학신문』 특별호는 ‘새로운 출발점에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학신문』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신을 거듭했다”고 역설하며 “이제 우리는 『대학신문』의 자랑스러운 비판적 전통을 계승해 한국 지성계가 지적 혼란을 헤치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내는 데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은 50주년 특별호의 호기로운 태도는 당시 『대학신문』의 위상에 비춰볼 때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1952년 한국전쟁 중에 범대학연합신문으로 출범한 『대학신문』은 오십년의 역사 동안 대학사회의 희로애락과 그 맥을 함께해왔다. 4·19 혁명 당시 「혁명의 불길- 4·19의 기록」 및 「제2공화국 특집」을 다루며 대학언론을 주도해 나갔으며, 70년대 후반에는 계엄당국의 검열 속에 「민주화 열기 날로 고조」라는 제목의 호외를 발간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왔다. 각각 1958년과 1976년부터 시작된 ‘대학문학상’과 ‘대학논문상’은 패기 넘치는 젊은 작가 및 예비 학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장래성을 진단하는 장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대학신문』을 옆에 끼고 캠퍼스를 거닐거나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에게 『대학신문』을 우편으로 보내는 일을 대학시절의 낭만으로 꼽을 만큼 학생사회에서 『대학신문』이 차지하는 위상은 공고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50주년 특별호는 달라진 대학가의 현재를 진단하면서도 “그럼에도 대학의 목소리는 죽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지난 오늘날, 『대학신문』이 처한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만연하고 진보적 언론이 대학 학보의 사회적 역할을 대신함에 따라 학보는 점점 학생독자들을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50주년 특별호의 예견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학내 행사 정보와 식단, 각종 행정 사항 등을 누구보다 발빠르게 전달하던 학내 소식통으로서의 역할은 마이스누와 각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등장하며 그 빛이 바랬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다양한 사안에 대한 격렬한 논의의 장은 『대학신문』  지면이 아닌 스누라이프 게시판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그 결과 1999년 당시 『대학신문』 구독률이 77%에 달했던 것에 비해 현재의 구독률은 34.7%로 반토막이 났다. 또 학보사에 대한 관심 저하와 함께 시작된 수습기자 모집 불안정은 『대학신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고질적인 악순환으로 자리잡았다. 2012년 현재, 10년 전 특별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억압의 고개를 넘어 대학인과 소통하는 대학의 목소리”가 스스로의 존재 위기부터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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