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첫 여성 ROTC 생도 최주연씨

“여성 앞에 있는 유리장벽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서울대 최초이자 유일한 ROTC(학생군사훈련단) 여성 생도가 탄생해 다부진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52기 최주연씨(독어교육학과·1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ROTC는 대학생이 학업을 계속하면서 군사 교육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생도는 3·4학년 때 방학 기간을 이용해 군사 훈련을 받고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지난 2010년 숙명여대에서 ROTC 여성 생도가 처음으로 배출되며 ROTC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생도를 모집한 서울대 ROTC에는 총 5명의 여학생이 지원했으며 그 결과 최종 합격한 최씨의 입단식이 지난 2월 27일에 열렸다.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 지난해 8월 이후 최씨는 주위의 축하와 언론의 큰 관심에 둘러싸여 꿈결같은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2월 예비 입단생을 대상으로 하는 가입교 훈련은 녹록지 않은 첫 관문으로 다가왔다. 그는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충북 괴산 학생군사학교에서 2주간 진행된 훈련을 떠올렸다. 훈련이 강도 높았음은 물론이고 타대학 ROTC 여성 생도를 처음 대면한 어색함이 커서 더욱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는 현재 최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힌다. 그는 “2주밖에 안되는 기간이었음에도 동고동락하며 훈련을 받고 나니 좋은 친구들을 여럿 사귀게 됐다”며 “훈련을 통해 학교라는 경계를 넘어 ROTC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최씨가 ROTC가 되고자 결심했던 것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던 2학년 초반 무렵이었다. 평소 UN 같은 국제기구 진출을 꿈꿔왔던 그는 숙명여대나 성신여대 등의 여성 ROTC 생도를 보면서 조금씩 그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군사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실제로 ROTC 출신 상당수가 이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여성 ROTC 모집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지원 여부를 두고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게 됐다. ROTC가 낯설었을 뿐만 아니라 남성 위주의 문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군 복무 경험자도 적어 상담할 곳이 마땅히 없어서 더욱 힘들었다”며 “3월 3주 동안 고민을 거듭하다 마지막 주에 지원서를 냈다”고 고심 끝에 ROTC에 지원하게 됐음을 설명했다.

3월 한달간 끊임없는 고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자마자 마주하게 된 ROTC의 높은 문턱은 그를 더욱 압박했다. 4월에 있는 체력 검정 시험 통과가 필수였던 것이다. 체력 검정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오래달리기 3종목으로 이루어지는데 최씨는 처음에 팔굽혀펴기 1회조차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사실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여학생”이라며 “시험까지 남은 한달 동안 매일 열심히 운동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4월은 중간고사와 과제로 바쁜 시기여서 중도포기를 수십번 고민할 만큼 몸도 마음도 피곤하기만 했다. 대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팔굽혀펴기를 하다 지쳐 그 자세 그대로 잠든 적이 있을 정도로 체력 검정 시험을 준비하던 기간은 최씨에게 가장 고된 시기였다. 하지만 그 고통 뒤에 오는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전 종목에서 남학생도 받기 힘들다는 1등급을 받은 것. “저처럼 평범한 여학생이라도 ROTC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최씨는 그 이후 뭐든지 노력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현재 군사 교육 수업과 학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최씨는 ROTC 53·54기 모집 홍보로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은 너무 피곤하지만 하루하루가 기쁘다”며 현재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이어서 “사실 이 세상에 어떤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며 “지금은 힘들지라도 ROTC 생활은 훗날 사회에 나가서 맞이할지도 모르는 더 큰 시련을 버텨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ROTC 생활이 적성에 맞는다면 직업 군인의 길을 택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있다. “지금으로서는 주어진 훈련에 성실히 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으려 한다”고 밝게 포부를 밝히는 최주연씨. 문무를 고루 겸비한 인재로 거듭나겠다는 그의 힘찬 행보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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