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어중문학과
지난해 가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미국경제관찰’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강연회에서의 일이다. 강연자는 중국 국적의 미국경제 전문가로서, 현재 미국이 처한 심각한 경제상황에 대해 다방면에 걸친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다. 이어 그가 “미국경제의 발전이 중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했을 때, 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했다. “당신은 질문을 거꾸로 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경제발전이 미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질문하셨어야 합니다.”

지난 30년간 진행된 중국의 개혁·개방의 경제적 성과는 중국 국민들에게는 무한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함께 가져다줬으며, 이는 앞서 문제를 제기한 학생처럼 주변국과 세계에 대한 오만함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국내총생산과 교역량 등에 있어 이미 일본을 뛰어넘고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군사대국으로서의 패권적 위세와 결합돼, 최근에는 미국과 함께 세칭 G2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각 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이와 같은 오만함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우리가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만의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중국의 부상을 ‘새로운 강자의 대두’로 이해하지만, 중국인들은 이를 ‘정상시대로의 회귀 또는 환원’으로 여긴다. 과거 중국과 서양의 역사를 일괄해 봤을 때, 인류문명의 발생 시기부터 시작해 명대(明代)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 및 문화와 교류의 중심지로서 세계사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서양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실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경제성장 및 합리성과 민주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식과 정치구조 등의 변화는 근대 이전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열관계를 전도시켰다. 따라서 현재  중국이 다시금 세계의 전면에 나서게 된 상황은 중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강자의 대두가 아닌,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시대, 즉 다시금 옛날의 명성을 되찾고 본래의 정상적인 시대로 돌아가는 과정에 불과할 따름인 것이다.

중국의 이와 같은 성장과 그 실질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아직까지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혹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들이 있는 듯하다. 이는 아마도 그 외면보다는 그들의 삶의 방식이나 의식 등과 같은 내면적인 면에 보다 가치를 두고 이를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정상적인 시대로의 환원을 생각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이러한 인식 또한 마땅히 바뀌어져야 할 비정상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과거 동북공정을 비롯해 최근의 이어도 관할권 갈등 등 한중 간의 민감한 문제에 있어 상호간의 원만한 이해와 합의보다는 극단적인 비난과 공격으로 나타나곤 했으니, 이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필자가 접하는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일찍이 천하가 분열돼 각축을 벌였던 춘추전국시기에 손자(孫子)는 남을 이기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말하였다.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현 시기에 이는 여전히 유의미한 덕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니, 다만 그 목적은 상대를 보다 잘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서로를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여야 하지 않을까?

주기평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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