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통합과정
지난 주말 개그 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를 보다가 문득 자연의 기본 힘들을 여기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려워서 인기가 없지만 핵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강한 핵력, 투박하지만 방사선 붕괴를 가능하게 해주는 약한 핵력, 크기는 가장 작지만 천체의 운동을 설명해주는 중력, 그리고 일상에서 늘 접할 수 있는 전자기력까지. 이런 생각들 속에서 평생 물리학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디서 이런 소리를 하면 괴짜 취급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또한 든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이야기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도망가 버리고 마는 것일까? 우리나라만큼 학교에서 어려운 과학을 배우는 국가는 많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과학은 단순히 진학을 하기 위해 괴롭지만 거쳐야 하는 장벽으로 인식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인식은 대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에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 중 기억나는 글이 있다. 남자친구에게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 물었더니 “내가 그 사람 고양이까지 왜 알아야 해? 그걸 어떻게 알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 물론 인문대 학생이라면 처음 들어봤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과학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과학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 온 것이 아닐까?

 문제는 과학개념을 일상생활처럼 편하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물리학을 수식 없이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기본지식이 없더라도 과학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과학사를 통해서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쓸데도 없고,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도대체 왜 도르래를 억지로 몇 개씩 메달아 놓고 물체를 들었다 놨다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과학사는 재미도 있고 스토리도 있다. 뉴턴은 크리스마스에 태어났지만 괴팍한 성격 덕분에 평생을 솔로로 보냈다던가 하는 이야기라면 누구나 웃으며 들을 수 있다. 과학 그 자체는 일상에 별 도움이 못되지만 “뉴턴이 말이야...” 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과학사를 아는 것은 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살펴보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앞선 이야기에 질문을 바꿔서 “슈뢰딩거에 대해 알아?” 라고 묻는다면, 이공계 학생이라도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 줄은 알아도 슈뢰딩거가 어떠한 노력으로 방정식을 만들었는지는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냥 적혀있는 교재의 공식만 외우고 문제만 풀어서는 그 속의 과학적인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어떻게 보면 과학사에 대한 지식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어느 것보다도 필수적인 소양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아직 손꼽힐만한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이는 자본과 기술의 문제를 떠나서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에서 오는 문제이며, 과학사를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충분히 끌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인문대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서 토론하고, 국산 SF영화를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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