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은 창간 60주년을 맞아 지난 호 「위기의 대학신문, 현재를 진단하다」 기획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신문』이 외면받는 현실의 원인을 분석했다. 나아가 본지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학내·외의 다양한 독자를 초청해 의견을 들어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진행: 김소라 편집장 ksr8904@snu.kr  정리: 이옥지 취재부 차장 okjiblue@snu.kr
 사진: 김은정 기자 jung92814@snu.kr  삽화: 선우훈 기자 mrdrug@snu.kr

참여패널
△호문혁 교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 의장, 전 『대학신문』 주간
△정흥보 초빙교수(언론정보학과): 전 춘천MBC 사장
△김상범 학생과장
△김정찬(성균관대 경영학부·07): 전 「성대신문」 편집장, 해외 학보 탐방
△이대한(생명과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전 『대학신문』 부편집장, 독자리뷰위원
△이아로미(미학과·08): 전 인문대 학생회장
△정예련(작곡과·09)


『대학신문』 위기의 원인은?

사회:
설문조사 결과 『대학신문』 구독률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흥보: 『대학신문』이 위기를 맞은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외적인 요인으로 이른바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인한 종이매체 전반의 위기다. 특히 요즘 대학생들은 멀티미디어 정보 전달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기존 오프라인 종이신문에 매력을 덜 느낀다. 두번째로 수용자인 학생들의 문화가 달라지고 기존 학생사회의 틀도 많이 무너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학신문』이 대변해야할 공론장 자체가 정체·쇠퇴하고, 학생들은 취업이나 스펙쌓기 등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린 것이다. 세번째는 내적인 요인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환경은 엄청나게 변했는데, 정작 『대학신문』을 만드는 주체들이 기존 아카데미즘에만 몰입해 독자들이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에 부응을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호문혁: 학생기자들이 과거에는 기자 생활을 통해 자신의 이념을 실현시킨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고생하면서도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이런 의식이 차츰 해이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념·사회적인 것이든 생활정보 면에서든 학생들의 고민을 담지 못하고 있다.

이대한: 학생들이 비단 『대학신문』뿐 아니라 일간지도 읽지 않게 된 것은 학생들의 원자화, 개인화를 촉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원인이 있다. IMF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며 서울대생들마저 먹고 사는 게 힘들어졌다. 극심한 경쟁으로 학생들이 취업과 고시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호흡이 긴 글이나 책보다 트위터처럼 즉각적이고 짧은 글만 소비되는 각박한 청년 세대의 문화 상황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김상범: 종이신문의 위기 때문에 『대학신문』이 위협받는다고 하는데, 『대학신문』을 위협하는 외부 여건은 예전에도 종류만 다를 뿐 항상 있어왔다. 문제는 『대학신문』 내적인 부분에 있다고 본다. 학생과에서 파악하기로 수시모집이 늘어남에 따라 신입생들의 행동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학생 자치단체가 일정한 응집성을 가지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 들어 개인주의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스펙트럼이 변화무쌍하게 넓어졌다. 또 대학원생들도 타대 출신인 신입생이 늘어났다. 그러나 『대학신문』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무감각했다. 최근 트렌드를 읽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랜딩 기술이 필요한데 내부적으로 새롭게 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그 변화의 시기를 놓친 것이다.

정예련: 신문은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의견을 반영하는 한편, 독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 기사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대학신문』은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의문이다. 한 예로 왜 신문 구성에서 독자마당이 맨 뒤에 실리는가. 독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지면에 설문조사나 QR코드를 삽입하는 등의 과감한 개편을 감수해야 한다.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지 않으면서 왜 과거보다 관심을 갖지 않는가라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흥보: 종이신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기성 신문들은 몇년 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엄청나게 몸부림을 치고 있다. 종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과감한 편집을 도입해 비주얼적인 요소를 강조하거나 문장을 짧게 쓰는 등 ‘보는’ 신문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래도 살아남기 힘드니까 종편을 추진할 정도다. 하물며 『대학신문』이야 오죽하겠나. 『대학신문』이 그동안 컬러인쇄를 도입하고 판형도 바꿨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전에 편집진이었던 사람으로서 보기에 현재 『대학신문』은 혁신을 단행할 여력이 없다. 늘 인력 수급이 힘들고, 애써 모은 기자들이 이탈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러다보니 업무가 과중해져 자신의 학업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먼저 『대학신문』 내부의 인적·제도적 개혁이 이뤄져야 신문의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

김상범: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학내에서 『대학신문』은 재정을 지원받는 특별한 언론이다. 2000년도 이전에 비해서 학생기자 수도 늘어났고, 재정 규모와 지면도 늘어났다. 그런데 독자들은 반비례했다. 여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지금 『대학신문』은 취사선택할 만한 강점이 없는,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신문이라는 게 문제다.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을 『대학신문』을 보고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대학신문』 은 서울대의 신문이다


서울대 소식 전하는 가장 정확한 정보통 돼야

호문혁:
내가 주간으로 있을 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건, 일간지의 서울대 출입기자들이 『대학신문』을 보고 서울대 소식을 알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만큼 『대학신문』이 서울대의 소식을 전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파악해 이슈들이 있을 때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대학신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법인화의 경우도 정말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많은 교수들이 이런 걸 궁금해 하면서도 막상 아는 게 없다. 이런 고민을 『대학신문』이 상당 부분 커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보다 신속한 정보 제공이 힘들다면 정확하고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요즘 트렌드가 짤막한 글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길더라도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를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대학신문』은 주로 대학교 1, 2학년생의 시각으로 기사를 쓴다는 느낌이다. 학내에 다양한 구성원이 있기 때문에 편집에도 다양한 시각이 반영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원생을 영입하는 등 『대학신문』 기자 구성원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김정찬: 신문사 기자로서 제일 어려운 게 폭을 넓히되 깊이는 지키는 것이었다. 일본에 가보니 학내에 여러 언론 가운데 스포츠만 다루는 신문도 있고, 지역 신문과 연계해 광고나 기사를 싣는 신문도 있었다. 『대학신문』이 폭을 넓혀가는 데 있어서 이런 사례들이 좋은 참고자료가 되겠지만, 그 범위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대한: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서 흥미를 자극하는 기사거리를 찾으려는 자세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더라도 신문에서 계속 다룰 필요가 있는 주제가 분명 있다. 다만 기자에게 맞지 않는 주제로 기사를 쓰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한번도 노동을 해본 적 없는 학생들이 비정규직의 애환을 애써 다루려고 해봤자 제대로 쓸 수 있겠는가. 그보다는 대학생 기자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기획, 우리의 시선을 담은 우리의 아이템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아로미:
비상총회 당시 『대학신문』에서 법인화의 역사 등 정보를 알려주고 학생사회의 움직임을 조망할 수 있도록 꾸준히 후속보도를 했다. 이처럼 학내 담론을 주도적으로 형성하면서 전체를 조망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대학신문』만이 가지는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가십거리는 『대학신문』이 아니라도 여기저기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지금 『대학신문』이 가지고 있는 진중한 고민들, 학생사회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나 관점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중심을 잘 잡아서 균형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흥보: 현업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시청자의 피부에 와 닿는 아이템을 찾는 거였다. 『대학신문』의 아카데미즘적 요소도 존중해야겠지만, 구성원들의 시각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타대 학보사들은 최근 들어 해외 교류가 잦아지면서 해외 동향이나 교환학생 소식을 고정란으로 신설하고 있다. 서울대도 외국인 유학생이 이천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학신문』의 관심은 아직 미흡한 것 같다.

김상범: 『대학신문』은 학교와 학생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면에 담아야 한다. 또 학교의 정책 집행에 문제를 제기했으면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지켜보는 끈질긴 취재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기사를 낸 뒤 후속보도가 없으니 해당 부서에서도 그 기자가 기자생활을 마치기만 기다리면 된다는 식이다. 심층적인 보도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법인서울대가 출범한 원년으로 단기적으로 바뀌는 부분도 굉장히 많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이걸 감시·감독하고 적재적소에 조언하는 게 『대학신문』의 중차대한 시대적 소명이다.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이라는 『대학신문』의 표어는 예전에는 관념적이고 이념적이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실제적인 역할이 됐다. 『대학신문』으로서는 독자층을 넓힐 수 있는 호기인 것이다. 그런데 각 부서가 취재하는 모양새를 보면 예전보다 훨씬 안이한 것 같다. 2000년도 이전에는 『대학신문』 기자들이 매일매일 본부에 취재를 왔는데, 요새는 전화도 잘 안 온다. 행정 전반에 걸쳐 가차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대학신문』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뼈저린 반성과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정찬: 학생기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잘 쓸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 한다. 무겁고 딱딱한 기사는 이때까지 써왔기 때문에 오히려 쓰기 쉽지만, 트렌디하고 작은 기사는 선뜻 써지지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은 기사거리야말로 독자들이 신문에 처음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요소다. 지금까지 다뤄왔던 거대 담론과는 다른 마이크로한 기사거리에 도전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대학신문』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예련: 동의한다. 현장에서, 실생활에서 다가오는 기사가 많아져야 한다. 학교에는 입을 닫고 지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단지 귀찮아서, 또는 살기가 바빠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K-Cash 제도가 덜 정비된 부분이라든지 황폐화된 학생 공간 등의 문제에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갖고 있지만 딱히 얘기하지 않는다. 늘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문제들, 이런 건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재를 주워내지 않으면 기사화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눈을 감고 있어도 기자들은 그러면 안 되지 않나. 도처에 널린 미시적인 문제들은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전화 인터뷰를 통해 비슷비슷한 기사거리만 찍어내는 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호문혁: 무척 중요한 얘기다. 가끔 보면 젊은 학생 기자들이 나이든 교수보다 더 생각이 굳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제보가 들어와도 적극적으로 취재하려는 의욕이 없고, 질문을 할 때도 분명히 더 많은 내용을 뽑아낼 수 있는데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기자들이 좀더 기사에 애정을 갖고 파고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성 언론이 보지 못하는 대학생만의 시각 담아내길

사회:
다들 『대학신문』이 학내 사안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데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그렇다면 취재면 외에 사회·학술·문화면을 읽지 않게 된다면 이유는 뭔지, 어떤 식으로 변화가 필요한지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김정찬: 사회·학술·문화는 『대학신문』 밖에서도 충분히 질 좋은 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학부생이 쓴 기사를 읽을 필요를 못 느낀다. 『대학신문』만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 MIT 신문의 경우 특히 학술면이 놀라운 전문성을 띠고 있어서 외부에서도 자주 인용한다고 한다.

이아로미: 개인적으로 사회·문화면은 만족을 하는 편이다. 근데 학술면은 정체성이 불분명한 느낌이다. 볼 때마다 재미가 없고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뭔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호문혁: 학술면은 대학원생이나 교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고를 부탁해 필진의 외연을 넓히면 훨씬 수준도 올라가고 영향력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상범: 『대학신문』의 사회면을 보면 기성언론을 베껴 쓰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보이는 기사거리들은 굳이 『대학신문』이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절실한 사안인지 의문이다. 학술면도 분명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핵심교양이 제일 인기가 많은지, 왜 졸업 필수요건으로 대학영어를 수강해야 하는지, 경쟁률이 높은 과목 순위는 무엇인지 이런 주제를 학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애써 가치를 부여하거나 분석하려 하지 않고 팩트만 뽑아내는 것으로도 학교 운영자들이 고민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다.

정예련: 취재면 이외에 다른 면에는 학보적인 요소가 약하다. 졸업생과 교수의 기고를 확대하거나, 학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선정한다면 학보로서의 성격이 강조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학술면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교양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강좌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책 등을 다루는 것은 어떠한가. 학생들은 지금 자신과 관련이 있는 소재를 읽게 돼있다. 기존에 학술면이 보여주던 깊이는 조금 덜해지더라도 조금만 더 학생들의 관심사에 집중하면 독자들이 한 번씩 더 눈길을 줄 것이다.

호문혁: 사회 현안을 다룰 때에도 서울대 학생들이 평소 부딪히는 사회의 모습이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 녹두거리의 변화된 생활상이라든지, 서울대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라든지, 이런 식으로 기사거리를 찾기 시작하면 많은 걸 얻게 될 것이다. 그 안에서도 충분히 사회적 문제의식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 본다.



변화의 물결은 여기서부터

사회: 『대학신문』이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예련: 종이매체의 위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역으로 종이매체만의 장점이 부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문이 SNS의 신속성을 따라가고자 해도 그건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그보다는 신문이 원래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을 시대에 맞춰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쌀롱이나 4컷만화, 만평과 같은 신문 지면만의 코너에 매력을 느낀다. 또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달리 『대학신문』은 책임있는 보도로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정찬: 하버드 크림슨지(誌)는 신문사 내에 동영상부가 따로 존재한다. 현실적인 여건이 아직 어려울 수도 있지만, 통합적인 흐름에서 앞으로 방송부와의 연계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정흥보: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까 서울대 학생들이 인터넷 『대학신문』이 있다는 자체를 거의 모르고 있다고 하더라. 정말 놀랐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 『대학신문』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또 현재의 인터넷 『대학신문』은 단순하게 오프라인에 있는 콘텐츠를 인터넷상에 업로드한 것 이외의 의미는 없다. 인터넷에서는 지면보다 훨씬 생동감 있는 편집이 가능한데 편집의 묘미도 떨어진다. 쌍방향,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대학신문』이 돼야 하는데, 현재는 인터넷 『대학신문』 자체가 죽은 공간이다. 기성 신문과 방송사를 공격적으로 벤치마킹해 인터넷 『대학신문』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사회: 마지막으로 『대학신문』이 앞으로 나아가야 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호문혁: 『대학신문』의 독자층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서울대 동문으로까지 독자층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학신문』을 동문들에게 권함으로써 서울대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매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종이신문의 장점이다. 10년 전에도 『대학신문』은 늘 위기였다. IMF 직후라 광고 수급이 어려워 재정난이 심각했고 기자 수급도 큰 문제였다. 그럴수록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에 16면을 부분 증면하고 대학원생 기자를 뽑는 등의 노력을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이처럼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김상범: 『대학신문』은 공동체를 위한 저널리즘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무조건 한쪽 편을 들어주라는 말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대한 양쪽의 시각을 균형적으로 실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판단하게끔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자 모두가 편집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언론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기 바란다.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해도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리더를 중심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가치관을 공유하고 시대정신을 공감하는 데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정흥보: 『대학신문』이 위기라고 해서 걱정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대학신문』의 위기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기회를 위기 극복의 계기로 잘 활용하길 바란다. 한번 활성화의 계기를 만들면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수용자들이 변하기를 기다리기 전에 『대학신문』을 만드는 종사자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환경에 살아남는 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다. 이를 위해서는 기성 신문·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처럼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가동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아로미: 학생회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학생회 등 자치단체들이 학내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언론에서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 『대학신문』에 해당 주에 열리는 학술 세미나 등이 소개되듯이 학생회나 자치단체가 하는 행사도 실어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되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공동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예련: 나는 1학년에 처음 입학해서 독자퀴즈에 응모했었는데, 그게 당첨되면서 그 이후로 쭉 『대학신문』을 구독하게 됐다. 이처럼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다. 1면에 실린 기사, 한 문장이 갑자기 이목을 사로잡아서 신문을 읽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신문』은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는 게 뭔지 항상 주의깊게 관찰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또 학교 각 구성원 간 소통의 물꼬를 터주되, 제기된 문제가 장기적으로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지속적으로 보도하길 바란다.

김정찬: 국내·외 학보사들과 비교해서 서울대 『대학신문』 기자는 굉장히 많은 혜택을 누린다는 점을 기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그 혜택을 독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해외 탐방 모집에 응모하면서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최종 30팀 중에 학보사를 주제로 한 팀이 두 팀이나 됐다. 이처럼 여전히 대학 학보사에 관심을 갖는 곳이 있다는 것, 이것이 『대학신문』에게는 큰 버팀목이자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긍정적인 변화가 『대학신문』에서부터 시작해 타 학보사까지 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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