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지음ㅣ한즈 미디어ㅣ296쪽ㅣ1만 4천원

총·대선으로 정치 열기가 뜨거운 요즘, 이 열기를 더 부채질할 책이 출간됐다. 도발적인 타이틀을 건 『정치가 밥 먹여 준다』가 바로그 주인공이다.

저자 박성호는 인터넷 언론 「딴지일보」에서 정치 평론을 기고하며 정치 참여자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치가 밥 먹여 준다』는 특유의 친근함과 익살스러움이 넘치는 「딴지일보」식 말투로 마치 동네 형이 쉽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정치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정치를 왜 직접 즐겨야하는지를 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관해 출간된 여느 책들처럼 ‘정치가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참여하자’는 일반적인 정치 구호를 외치면서도 이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정치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경기를 정치에 빗댄 저자는 룰을 알아야 게임을 즐길 수 있듯 정치도 ‘프레임’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주장을 펼치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맥락에서 그 주장이 이뤄지는지 전후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정치 프레임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자신의 프레임을 세우기 위해서 우선 ‘관찰’을 통해 정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독자를 위해 저자는 본인이 그간 ‘눈팅’해 얻은 정치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사회를 바꾸려는 자들은 항상 소수다’와 ‘다시 돌아온 소수들’ 그리고 민주당의 역사적 계보를 다룬 ‘애매한 민주당, 그 복잡한 가계도’ 등에서 볼 수 있듯 주요 정당들의 계보는 물론 소수 진보 세력의 역사와 최근 동향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정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그저 모른 체하거나 묵인하지 않고 이를 다시 정치로 해결하려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문제의 해결방법이라고 말한다. 정치는 어렵기 때문에 외면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재밌게 즐겨야 하는 것임을 저자만의 유쾌한 어조로 강조하고 있다.



성석제 지음ㅣ문학동네ㅣ264쪽ㅣ1만 2천원

소설가 성석제가 9년 만에 장편소설 『위풍당당』을 가지고 돌아왔다. 『위풍당당』은 강마을을 이야기의 무대로 삼아 강마을에 거주하는 마을사람들과 강마을을 탐내는 조직폭력배와의 일전을 다룬 소설이다. 시골에 젊은 여자는 없다고 생각했던 조폭들이 우연히 강마을에 사는 스무살 새미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연미인’ 새미에 반한 조직폭력배는 곧 마을 전체를 차지하려 하고 강마을은 이윽고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 사이의 전장이 된다. 저자는 『위풍당당』에서 저자만의 해학과 익살적인 표현들로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다.

긴장감이 흐르는 대치상황 속에서 마을사람들의 가족애는 더 빛을 발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마을사람들은 조폭들의 출현에도 도망을 선택하기보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가한 남편의 죽음 이후 남편의 유언장에서 소외된 소희, 부잣집 아들로 살았지만 재산 싸움으로 몰락한 영필 그리고 남편의 폭력과 강간에서 탈출한 이령 등 마을사람들은 제도권 가족의 틀 안에서 상처 받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강마을에 안착해 마을을 지키겠다는 일념과 사랑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서로를 치유한다.

심각한 대립구도의 소설임에도 간간이 조폭들을 공격한 “참새만한 모기”, “말벌의 정예 전투원”과 같은 직설적이고도 익살스러운 표현들이 두드러진다. 또 각각의 소제목들이 오페라, 영화 삽입곡, 가곡 등의 노래 가사와 제목으로 붙여진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9년 만에 ‘가족’이라는 화두의 장편으로 찾아온 성석제는 작가의 말에서 “선택을 통해 식구가 된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부대끼다 가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나타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익살과 재치가 어우러진 그의 소설에서 그 만큼의 깊이와 감동 그리고 평범한 것으로 지나쳐왔던 ‘가족’이라는 말 속의 의미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에밀 졸라 지음ㅣ박명숙 옮김ㅣ문학동네ㅣ392쪽ㅣ1만 1천원

에밀 졸라 일생의 역작 『루공-마카르 가의 사람들』의 열한번째 작품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국내 초역 출간됐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현재 맥도날드, 월마트 등 유명 기업에서도 활발히 이용되는 바겐세일, 경품 증정 등의 마케팅 전략들과 백화점으로 인해 달라진 상업 지형도, 사람들의 소비습관, 인생관 등을 상세히 표현해 19세기 유럽 사회나 풍속사를 다룬 각종 인문사회서적에서 ‘백화점’의 역사를 언급할 때마다 꾸준히 인용되는 작품이다.

저자가 1871년부터 출간한 『루공-마카르 가의 사람들』 시리즈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그중에서도 특히 하층민들을 묘사하는 데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루공-마카르 가의 사람들』은 상류층의 삶만을 다루던 당대의 다른 작품과 달리 서민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큰 주목을 받은 동시에 민중을 상류층과 대등한 위치로 끌어올린 최초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그중에서도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아버지를 잃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경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의 점원이 된 소녀 드니즈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워 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에밀 졸라는 당시 백화점 열풍을 신흥 종교에 비유했다. 저자는 “신도들이 빠져나간 교회 대신 백화점이 비어있는 그들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고 전하며 이어 백화점을 “불안정한 열정의 유용한 배출구이자 신과 남편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곳”이라고도 표현했다. 백화점은 여인들이 공허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당시 시민들의 불안하고 두려웠던 시간들을 메꿔왔던 과거 예배당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곧 백화점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대체됐던 것이다.

1883년에 출간됐지만 화려한 백화점의 그늘 뒤에서 점차 몰락하는 중·소매상인들의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묘사돼 다소 놀랍기도 하다. 대부분의 소설을 비극적 결말로 끝맺은 저자지만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유일한 해피엔딩이다. “삶은 강력하고도 즐거운 것을 탄생시키고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는 작가노트의 말처럼 저자는 삶은 곧 기쁨이라는 적극적인 의지를 결말을 통해 밝히고 있는 게 아닐까.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