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대극예술연구회 연극 「어머니」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지금껏 자신의 어머니에 분노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던 자들은 ‘어머니’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4일(수)부터 사흘간 두레문예관에서 상연된 미대극예술연구회 「어머니」(장정일 원작)는 두 교도소 동료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이상적인 어머니 상을 무대 위에 차곡차곡 풀어놓는다.

 극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두 남자 ‘큰주먹’과 ‘흰얼굴’이다. 애정결핍은 그들을 사회 밑바닥으로 내몰았다. 큰주먹은 성병에 걸려 죽은 어머니의 자궁 속이 불결하다고 느껴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로 인해 유년시절에 방황을 거듭하던 그는 결국 살인죄로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다. 흰얼굴 역시 끊임없이 임신하며 항상 병상에서 악취를 풍기던 어머니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점점 심해지던 어머니의 악취를 꽃향기로 누그러뜨리려다가 물망초 절도 혐의로 체포돼 교도소에 오게 됐다.

 이같이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을 공유한 주인공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하려 한다. 하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현실적 차원이 아닌, 온전히 이들의 꿈을 통해 이뤄질뿐이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꿈속에서 남성적인 큰주먹은 찔레꽃 같이 순결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여성성이 강한 흰얼굴에게서 찾으려 한다. 결국 큰주먹은 흰얼굴에게 본인의 어머니가 돼 달라고 부탁하며 현실에서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모성애를 알아간다. 흰얼굴 또한 자신이 받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큰주먹에게 듬뿍 나눠주면서 결핍된 감정을 채워나간다.

 극이 진행될수록 ‘어머니’를 갈망하는 그들의 절절한 심정은 깊어진다. 큰주먹은 허구의 어머니인 흰얼굴을 성폭행의 위협에서 지켜주고자 온몸으로 울부짖는다. 복잡한 남자관계를 가졌던 실제 어머니의 이미지를 지우려는 처절한 몸부림인것이다. 흰얼굴은 자신의 순결을 지켜주다 죽음을 맞이한 큰주먹을 그리워하는, 정숙한 여인으로 표현된다. 그는 큰주먹이 그간 바랐던 이상적인 어머니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마침내 큰주먹이 환생한 것으로 짐작되는 아이도 꿈속에서 출산하는 데 이르게 된다. 그때의 애절함은 흰얼굴의 떨리는 목소리와 손짓을 통해 더욱 심화돼 드러난다.

 흰 커튼으로 둘러싸인 무대와 국악을 활용한 배경음악은 관객의 작품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특히 두 주인공의 슬픔이 표출된 꿈속 마지막 장면에서는 꽃이 흩날리는 영상이 흰 커튼에 비춰지고 장구와 거문고의 울림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극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죽은 큰주먹과 그를 그리워하는 흰얼굴의 사무침이 무대효과를 통해 배가된 것이다.

 극의 마지막까지 큰주먹은 흰얼굴에게 “좋은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자장가를 불러줘”라고 보채며 꿈속 ‘어머니’를 갈구한다. 꿈속에서 펼쳐진 달콤한 치유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큰주먹의 모습은 그의 슬픈 현실을 재차 강조한다. 이는 실제 어머니의 모습이 어떠했든, ‘어머니’ 석자는 누구에게나 항시 위안을 주는 포근한 존재임을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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