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지능’ 이론에 따르면 생존 투쟁은 서로 속고 속이면서 이뤄져 왔고, 복잡한 인간 관계가 뇌의 진화를 이끌었다. 상대가 날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고도의 지능을 요구하며 이는 동일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생물체들과의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뇌 과학에서는 뇌를 ‘거짓말 하는 기관’으로 이해한다.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물리학의 이해에 따르면 본다는 것은 눈으로 들어온 빛 알갱이를 감지하는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맹점을 포함해 안구 내의 혈관들에 가려진 형편없는 풍경만이 보여야 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부분을 똑똑한 뇌가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채워 넣은 가공된 풍경이다. 「라쇼몽」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동일한 사건은 개개인에게 유리하게 각색돼 기억된다. 모든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괴로운 기억들로 인해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 것이다. 보고 기억하는 것이 모두 객관적 사실은 아니다.
학문의 목적은 진리 추구에 있다. 특히 과학은 객관적 진리 추구가 가능한 학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비가 필요한 대형 연구 과제의 경우 대중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언론에 과장된 홍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작년 미국에서 제5의 힘을 발견했다는 소식과 이탈리아에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를 관측했다는 소식은 그 주장대로라면 물리학계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결과이다. 신문기사만으로는 물리학의 혁명이 일어난 역사적인 해다. 제5의 힘 발견은 수십년 동안의 실험을 마치고 가동을 멈춘 미국 가속기의 마지막 절규로 받아들여지고, 이탈리아 중성미자는 이탈리아의 경제위기로 인한 연구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혁명은 없었고 작년의 주목할 만한 물리학의 성과는 빅뱅머신이라 불리는 LHC에서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보손’의 증거를 찾은 정도다.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는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고 무료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발언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가 잘 드러난다. 사회의 예의범절은 선의의 거짓말로 사회를 더 살기 좋게 만든다. 그러나 악의적인 거짓말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주지만 발각될 경우 대가도 크다.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없으며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정직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이언 레슬리의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다음과 같은 행동을 권한다. ‘함께 하라.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 불가피하게 착각할 수 있음을 인정하라.’ 타고난 거짓말쟁이라도 노력하면 정직하게 살 수 있다.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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