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언론 압도하는 팟캐스트 대안 언론… 의제를 다양화하고 지속가능한 모델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최근 거대 기성 언론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매체로 떠오른 뉴미디어 대안 언론이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나는꼼수다(나꼼수)’를 시작으로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 ‘뉴스타파’, ‘리셋 KBS’ 등 속속 등장한 이들 독립적 대안 언론들은 기존 언론이 채워주지 못한 소통의 장을 열며 여론의 호평을 받고 있어 새로운 언론의 시대를 열지 귀추가 주목된다.

 

거대한 파급력, 대세는 대안 언론이다

나꼼수로 대표되는 대안 언론이 최근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파급력이 압도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나꼼수의 경우 최근 회당 다운로드가 평균 6백만건에 달하며 인기몰이 중이고, 해직 언론인과 전국언론인노조 관계자들이 만든 ‘뉴스타파’는 유튜브에 공개된 후 3일 만에 2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꼼수의 인기는 다른 매체로도 확산돼 나꼼수 진행자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각각 출판한 『닥치고 정치』와 『주기자』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수감된 나꼼수 진행자 정봉주 전 의원의 온라인 팬클럽에는 20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해 22만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비견되기도 했다.

대안 언론의 파급력이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여론의 의제를 설정하는 데서도 대안 언론은 기성 언론을 위협하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던 10·26 재·보선에서의 부정선거 논란을 지속적으로 다뤄온 나꼼수는 ‘내곡동 사저’, ‘1억 피부과’같은 특종을 보도하며 막강해진 영향력을 드러냈고, KBS 새노조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리셋 KBS’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최초로 다루며 정치 국면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안 언론은 왜 등장했나

이들 대안 언론의 등장은 일차적으로 기술적 변화 때문에 가능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 등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방송이 활성화된 것이다. 인터넷 초창기엔 ‘딴지일보’나 ‘오마이뉴스’ 등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언론의 문턱을 낮춘 새로운 언론들이 등장해 기성 언론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후로도 블로그와 같은 1인 언론의 등장, 유튜브나 ‘아프리카 티비’를 통한 영상 서비스의 확대, 현장에서 즉각적인 송신이 가능한 SNS의 유행 등 대안 언론의 확대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발맞춰 언론의 구조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기술적 변화는 대안언론의 등장을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최근의 대안 언론 열풍에는 언론 장악 논란 등 정치·사회적 영향이 컸다. 현 정권 들어 기성 언론들이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하는 등 제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주요 방송국의 임원진 교체, 비판적 언론인 해직 등의 과정을 거치며 눈에 띄게 친정부적으로 변한 기성 언론의 논조는 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언론을 찾아 나서게 했다.

여기에 이 정권 들어 신문사에서 해직 당했거나 방송에서 퇴출된 언론인들이 대안 언론을 주도하면서 대안 언론의 질적 도약이 이뤄졌다. 나꼼수의 김용민 PD는 CBS 「시사자키」 진행자로 활동하다가 현 정권 출범 후 방송에서 퇴출돼 나꼼수를 시작했고,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리셋 KBS’는 파업 중인 언론 노조원들이 제작한 것이며, ‘뉴스타파’ 역시 해직 언론인들이 모여 만들었다. 대안 언론은 기성 언론에서 쫓겨난 언론인들의 보도를 향한 열망과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욕구가 맞물리면서 선풍적인 지지 속에 확산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제도권 언론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제역할을 다했다면 ‘뉴스타파’같은 해직 언론인들이 주축이 된 대안 언론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면서 억눌렸던 언론과 국민의 불만이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분출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독립적 시각에서 가하는 거침없는 비판

 이들 대안 언론의 특징은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서버 운영비용을 제외하면 기존 방송국과 달리 제작에 큰 비용이 들지 않고 특별한 배급 체계도 필요 없어 언론이 되기 위한 진입장벽이 낮다. 누구나 원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정보생산과 유통을 담당할 수 있어 기성 언론의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는 소수의 사주에게 독점돼 있던 언론 권력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분산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공정언론시민연대 이동훈 정책국장은 “보다 빠르고 저렴한 정보 유통 시스템이 마련돼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제보의 다양성이 보장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누구나 쉽게 언론을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내용물은 수백만 청자의 평가에 의해 철저히 선별되면서 재미와 정보를 모두 갖춰야만 인기를 끌기 때문에 곧바로 질 저하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대안 언론은 권력의 통제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KBS처럼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지도 않고, 여당이 다수의 위원을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의 통제를 받지도 않아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는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성 언론과는 달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연히 공정성과 객관성 등을 빌미로 방송 내용을 트집잡힐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립적인 보도 환경은 권력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됐다. ‘BBK 실소유주 의혹’, ‘내곡동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권의 핵심을 향한 날선 비판은 기존의 친정부적 언론만을 접하던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들은 수직적 지배 구조를 갖춘 기성 언론처럼 소수의 사주나 대통령이 임명한 사장에 의해 논조가 좌우될 가능성이 없어 민감한 주제를 앞장서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기존 언론과는 달리 다양한 구속에서 벗어나 있고 개인이나 소수가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형식”이라며 “이러한 대안 언론의 위치가 중앙권력과 거리를 두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대안 언론, 새로운 소통의 시대 열려면

기성 언론의 독점적 지위를 흔든 대안 언론이지만, 새로운 소통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는 남아 있다. 재미를 위한 자유로운 진행이 자칫 폭력성이나 선정성만을 좇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욕설 사용이나 비키니 시위와 관련해 있었던 나꼼수의 ‘코피 발언’ 등 도를 넘은 표현이 계속될 경우 대안 언론은 대중화되지 못하고 일부 마니아층의 하위문화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이동훈 정책국장은 “방송 진행에 폭력성이 가미돼 있고 선정적 의혹제기에 몰두하는 등 아직 미성숙한 모습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과도기적 단계의 진통일 뿐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장덕진 교수는 “방송 내용이 틀리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인 경우 500만 트위터 이용자들의 지적에 의해 자체적으로 검열된다”며 “집단지성에 의해 대안 언론은 제역할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모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대안 언론이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추구하더라도 기본적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일회성 열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인기 팟캐스트 같은 경우는 강연회나 출판 등을 통한 부수적 수입으로 서버비를 충당하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개인 후원비로 유지되거나 아예 사비를 털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팟캐스트 사이에 짧은 광고물을 덧붙이는 ‘팟버타이징(Podvertising)’이 수입원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광고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대안 언론의 주제와 제작 주체가 보다 다양화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독립적인 대안 언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성 언론에서 과소대표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보경 활동가는 “보다 다양성 있는 독립 미디어의 출현으로 시민들이 미디어에 직접 참여·제작하는 환경이 활성화된 진정한 풀뿌리 언론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기획국장도 “환경 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시각에서 의제를 제기하는 대안 언론들이 보다 많이 등장해 분야별로 공론화되면 진정한 의미에서 대안 미디어 사회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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