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학부
우리 사회는 늘 새로운 논쟁거리에 직면하고 있다. 4대강 찬반논란, 통일세 찬반논란, 그리고 최근의 한·미 FTA 찬반논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회적 갈등 요소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는 많은 TV 토론을 접하게 된다. 주요 방송사들은 아예 토론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편성해놓고, 논란이 되는 쟁점이 떠오를 때마다 관련 전문가들을 초빙해 상호공방을 펼치게끔 한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다양한 근거를 동원해서 자신들의 논지를 전개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TV 토론을 시청하는 일반 국민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상당히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될 뿐 아니라 동시에 인식과 판단의 지평을 넓히게 된다. 전문가 패널에 의해 진행되는 TV 토론이 가져다주는 장점 중 하나다.

그런데 토론이란 본시 쟁점이 되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하는 과정일 터인데, TV 토론을 보고 있노라면 시종일관 적과 아군의 논리로 일관하다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토론에 임하는 패널들이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사고틀에 매몰돼 다른 견해를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는다는 게 그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는 TV 토론의 과정이 우리 사회가 사회적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 종종 취하는 좋지 않은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즉,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식 문제처리방식이 TV 토론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토론 수업은, TV 토론과 비교해보면 참 말랑말랑하다. 무엇보다, 어떤 토론 주제가 주어지던 간에, 학생들은 아직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만한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질 못하다.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하는 한편, 다른 학생들의 얘기도 귀담아 듣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공격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한 마디라도 더 늘어놓기 위해 상대방의 말꼬리를 자르는 법도 없다. 또, 자신의 논리로 다른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녹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꼴불견을 연출하지도 않는다. 학생들 모두가 토론을 싸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단서를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 수업 역시 그 과정에서 쉽사리 하나의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점은 TV 토론과 매한가지이다. 그렇지만 그 원인은 다르다. TV 토론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가 자신의 논리틀에 갇힌 일방통행식 자기주장 때문이라면, 학생들의 토론 수업이 특정한 결론으로 수렴되지 않는 이유는 토론을 공부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은 토론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기 위한 공동작업과정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하나의 결론에 집착하지 않는 탓이다.

학생들도 언젠가는 사회로 진출하기 마련이다. 각자 나름대로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게 될 터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설령 TV 카메라 앞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견해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수많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TV 토론을 연출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토론 수업의 기억을 되새겨볼 것인가? 선택은 온전히 여러분 각자의 몫이다.

문병철 시간강사
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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