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반(反)하다

하승우 지음ㅣ낮은산ㅣ324쪽ㅣ1만4천원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버젓이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헌법으로 민주주의 국가임을 선포한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국민이 주인인 국가에서 자본과 권력을 무기로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부당한 권력 행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들에게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민주주의에 반(反)하다』의 저자 하승우 연구교수(한양대 제3섹터연구소)는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국민의 주권이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때때로 체제의 틀 자체를 뛰어넘어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나키즘』(2008),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2010), 『이주노동자들의 권익과 시민공동체』(2010, 공저) 등의 전작을 냈던 저자는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와 아나키즘, 자치와 공생의 삶’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현해왔다.

 저자가 ‘민주주의에 반(反)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수결 논리가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민주주의의 역설’ 때문이다. 저자는 민주주의라는 포장을 씌운 다수결 논리가 소수의 정치·사회적인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수에 압도된 소수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지레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저자는 『민주주의에 반(反)하다』를 통해 개인이 스스로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가해질 수 있는 폭력에 반(反)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스스로의 존엄을 자각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직접적으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덧붙인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하며 걱정하기보다 부당한 현실을 자각하고 당당히 “결코 너희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외치는 것이 오히려 더 민주적일 수 있다는 제언이다.


Rush 러쉬!

토드 부크홀츠 지음ㅣ장석훈 옮김ㅣ청림출판ㅣ363쪽ㅣ1만5천원
‘무한경쟁’의 시대라는 표현이 이미 친숙해져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현실이다. 승진에 대한 압박,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두려움과 불행을 느끼게 하는 것은 ‘경쟁’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경쟁은 부정적이고 피해야 할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에 반박하는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가 쓴 『Rush! 러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Rush! 러쉬』를 통해 ‘경쟁을 하며 성장하고 진화해온 인간은 본능적으로 경쟁을 원한다’며 그동안 경쟁을 불행의 원인으로 지목해온 통념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경경제학과 진화생물학, 르네상스 미술과 제너럴모터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주장을 전개해 나간다.

 일례로 저자는 심리학자 엘렌 랭어와 주디스 로린의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그들은 한 양로원에서 어떤 노인들에게는 화초에 직접 물을 주게 하고 다른 노인들의 병실에는 간병인들에게 물을 주게 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직접 화초에 물을 줬던 노인들은 간병인들이 화초에 물을 줬던 병실의 노인들에 비해 절반만 세상을 떠났다. 이 결과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한 것보다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수록 정서적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적 차원에서의 경쟁’, ‘행복을 향한 경쟁’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경쟁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들의 해답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는 경쟁이다. 쉼, 느림과 이완의 개념이 각광받는 시대에 경쟁의 새로운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행복은 아무 일 없는 고요한 상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에서 얻어지는 것’이라 주장하는 『Rush! 러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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