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벼룩시장 ‘스누마켓’장 김성경씨

격주 금요일마다 자하연과 문화관(73동) 앞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돗자리를 펼쳐놓고 옷을 비롯해 각종 장신구들을 사고파는 벼룩시장 스누마켓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2년 전 스누마켓을 처음 시작해 현재까지 장(長)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경씨(체육교육과·11년 졸업)가 생각하는 스누마켓이란 어떤 것일까. 이달의 첫 스누마켓이 열리기 하루 전날, 김성경씨를 찾아가 스누마켓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김은정 기자 jung92814@snu.kr
◇스누마켓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중·고등학교 때부터 사람들이 썼던 물건을 좋아했다. 사람들이 사용한 물건에서 세월의 멋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새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가령 지금 차고 있는 가죽 팔찌의 경우에는 조금 닳고, 시간의 때가 묻었을 때 더 좋은 물건이 된다. 세월이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중고라고 하면 누가 쓰던 것이라서 못 쓴다고 생각하며 꺼리기 일쑤다. 그런 편견을 깨주고 싶어 스누마켓을 열게 됐다.

내가 가진 물품들과 손수 만든 물건을 혼자 파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중고상품과 다양한 창작 물품을 내놓는 데 동참하면서 스누마켓이 지금의 규모로 커지게 됐다.

◇이전에 직접 가보니 단순한 벼룩시장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스누마켓은 어떤 곳인가?= 스누마켓의 스누는 ‘Seoul Nationl University’가 아니라 ‘Soul Natural Universe’ 의 약자다. 중고물품을 통해 내가 가진 이야기와 세월을 나누자는 얘기(Soul)를, 그리고 동시에 다른 이들이 재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판매함으로써 자연을 돕자는 얘기(Natural)까지 담고 싶었다.

한편 스누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에 그치지 않고 우주에 단 하나뿐인 개인들이 축제처럼 어울려 문화를 나누는 시장(Universe)을 지향한다. 그래서 스누마켓은 취급품목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다. 중고물품이 매매됨은 물론이고, 손재주가 있는 친구들은 수제 제품을 내놓고, 재능이 있는 친구들은 악기를 두드리면 된다. 자신들이 가진 재능 역시 축제라는 장(場)에서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누마켓 한켠에서는 팀 박스를 놓고 공연하는 팀을 볼 수 있다. 또 매번 열리는 마켓에서 때로는 음대 친구들이 비올라를 켜고 어쩔 때는 비보이들이 모여 힙합쇼를 한다. 공연을 구경하던 아기 엄마가 나와 플룻을 부는 진풍경이 펼쳐진 적도 있다.

◇아기 엄마가 나와 플룻을 분다니, 외부인의 참여가 활발해 보인다. 그렇다면 스누마켓은 어떤 시스템으로 진행되나?=스누마켓은 대학 내 나눔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내 구성원만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 오히려 스누마켓은 30% 정도의 학내 판매자들과 70%의 외부인 판매자로 구성된다. 판매자들은 홈페이지(http://www.snumarket.com)와 트위터(@snumarket)를 통해 모집되고, 이렇게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스누마켓의 일원이 돼 장사를 하게 된다.

기존의 벼룩시장들과 달리 스누마켓은 철저하게 판매자 중심이다. 대부분의 마켓에서는 판매자들이 이미 진행 중인 시장으로 직접 찾아 들어오게 되지만, 스누마켓은 운영진과 판매자들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언제, 어떻게 열지를 정해갈 수 있다. 즉 스누마켓은 판매자들에게 많은 선택권이 부여되는 자유로운 구조인 것이다.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호응은 어떤 편인가?=좋다. 장터 앞을 지나치면서 어떻게 참여하느냐, 언제까지 하느냐 등을 묻고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또 구경하다 판매 물품을 사가는 사람들도 많아 수익이 나쁘지도 않다. 한번은 재미삼아 누가 오늘의 파워 셀러인가 얘기해봤더니 하루에 58만원을 번 친구가 나왔다. 나도 캔버스가방을 만들어 판매고를 100개까지 올린 경험이 있다. 벼룩시장에서 그만큼의 수익을 올린다니 일반 사람들에겐 신기할지도 모르겠다.(웃음)

◇앞으로는 스누마켓을 어떻게 가꿀 계획인가?=스누마켓을 만들면서 세웠던 최종 목표는 ‘학교 안에서 중고문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었다. 중고시장이 즐거운 축제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면 지금의 ‘중고’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관념도 점차 타파되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스누마켓을 일종의 장사 동아리로 만들어 동아리방에 상설 시장을 마련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저 스누마켓이 다양한 사람들이 언제든지 부담 없이 물건을 사고파는 그런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기부하기엔 아깝고 딱히 쓸 곳이 없는 물건들을 어디다 둘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그런 벼룩시장 말이다.

꾸준한 관심이야말로 스누마켓을 그런 공간으로 만드는 자양분이다. 다음 스누마켓은 27일(금)에 열릴 예정이다. 싫증난 물건이든, 나누고 싶은 재능이든 모두 환영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많이들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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