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힘이 세다. 운전기사가 찍은 한장의 사진이 최고권력자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하고 행인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무릎녀’, ‘지하철 담배녀’, ‘운동장 김여사’, ‘악마 에쿠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언론은 이런 이미지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한장의 사진은 수천자의 텍스트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사건의 증거며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언론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대학신문』은 사건의 현장에서 무엇을 보았고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지난 1830호의 사진을 살펴보자. 2면과 3면을 함께 놓고 볼 때 3면의 「제54대 총학생회 재선거 정책간담회 열려」 사진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사진기자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사진의 포인트가 강단에 선 사람도 앉아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 사진을 현장스케치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진을 볼 때 느낌은 사진에 등장하지 않는 청중이 현장에 10명 이내였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정책간담회의 조촐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의도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진은 불필요했다. 차라리 2면의 활동적인 사진을 컬러로 하고 확대시켰다면 2-3면의 답답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사진을 늘리기 위해선 기사 하나를 포기하더라도 신문 전체의 활기를 살리는 것이 더 전략적인 선택일 것이다. 4-5면으로 넘어오면 사진의 심각성이 더하다. 4면의 강연회 사진에서는 강연자인 한채윤 대표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발표내용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즉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사진이다. <캠퍼스>면의 5면은 다른 면에 비해 사진의 비중의 큰 면이었다. ‘스누마켓’장 김성경씨 사진의 포인트는 얼굴이나 그의 팔찌를 향해야 했다. 왜냐하면 그 팔찌는 그냥 팔찌가 아니라 기사에서 설명한 것처럼 ‘세월이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가 존재’하는 팔찌이기 때문이다. 지면 아래쪽 사진으로 내려가보면 스누마켓 전경이 나온다. 이 사진에서도 독자는 세명의 뒷모습만 봐야한다. 이들의 표정이나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면 스누마켓의 분위기와 상품에 대한 평을 그들의 눈빛으로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12면의 「고전 중인 고전번역」을 읽을 땐 독자도 ‘고전’해야 한다. 한면에 5단으로 나뉜 텍스트가 빼곡하다. 이 많은 텍스트 중에 이미지라고는 가장 아래에 광고뿐이다. 경우에 따라 기사 내용상 사진으로 내용을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 경우에는 그래픽과 삽화를 통해서라도 독자의 피로를 줄일 필요가 있다.

『대학신문』의 사진은 현장을 ‘채증’할지언정 의미 있는 ‘발언’은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기자는 일반기자들의 보조가 아니며 ‘사진사’는 더더욱 아니다. 다른 기자들이 기사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구구절절 분투할때 사진기자는 단 한 컷으로 더 많은 이야기와 감동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대학신문』 사진기자는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되새겨야할 말이 있다. “이미지는 힘이 세다”

조병휘
체육교육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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