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놈’, ‘년’이라는 두 비속어 중 어느 표현이 더 모욕적으로 느껴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표현이 더 모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혹시 이 두 비속어에 대한 모욕감의 차이에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모종의 차별의식이 내재된 것은 아닐까? ‘남녀평등’을 외치는 사람이 많아지고 성차별적인 제도도 조금씩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남녀 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에는 어떤 근원적인 의식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여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치고 있는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교수(도쿄대 사회학과)는 저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그 근원적인 의식이 ‘여성 혐오’임을 지적한다.

예민한 성찰 없이는 무덤덤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불편함 속에 여성 혐오가 내재돼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일견 도발적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도발적임을 자각해서인지 자신의 책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며 썼고 불쾌함을 느끼며 독서해야 하는 책이지만 눈을 돌리면 안 되는 현실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책을 쓴다”라고 말하며 ‘여성 혐오’라는 내면 의식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외국 학자의 이론적 근거와 실제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누구도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러한 ‘여성 혐오’가 그간 남녀 차별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남성의 의식에만 내재한 것이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모두에게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들은 자신들을 성적 주체, 여자들을 성적 객체로 생각함으로써 성별을 이원적으로 단정한다. 이렇게 성별 이원적인 사고의 틀을 갖고 그들은 성적 주체인 자신들의 결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성적 객체인 여성들을 혐오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성을 이브 세지윅의 『Between Men』에서 남성들이 ‘여성 혐오’를 통해 유지, 강화하는 ‘호모소셜리티(동성사회성)’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여성들에게 내재된 ‘여성 혐오’는 실제 현실에서 겪은 차별의 기억에서 확대·재생산된다. 자신들이 기존에 차별을 받았던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해 남성보다 월등한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할 경우 ‘보통 여자들’의 질시에 시달리고, 실패하는 경우에는 계속 예전과 같은 차별을 당한다는 반복되는 경험 때문에 마침내 자신들의 성을 혐오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 혐오’가 발현되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저자는 일본 황실을 들고 있다. 일본 황족 가계도 안에는 황위계승권을 가진 남성만이 별도로 표시되고 여성 황족은 남계 혈통이 통과하는 매체(자궁)로 간주된다. 또한 ‘황족’이라는 시스템에서는 아이의 성별에 따라 부모 세대 가족의 우열 순위가 달라져서 여자 아이를 낳으면 황실에서의 가족 순위가 내려간다. 남녀 평등의 인식이 널리 퍼진 현재 사회에서 이렇게 ‘여성 혐오’의 기색이 뚜렷한 황실이 유지되고 있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내재된 뿌리 깊은 ‘여성 혐오’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라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통해 진정한 여권신장을 위해 제도 개혁뿐 아니라 의식에 뿌리 깊이 박힌 ‘여성 혐오’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여성 차별의 근본적 원인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고민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접하게 해 여성 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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