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의 투표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중요한 선거들이 있을 때 노인 단체를 찾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노인들이 모이는 거리에는 정치집회가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선거지형에서는 세대 간 정치관의 대립이 뚜렷하게 부각되었다. 일반 여론의식조사에서도 미국, 북한, 통일, 지지정당 등 주요한 정치적 입장에서 연령차가 크게 나타났다. 여론조사의 결과는 노년층을 정치·문화적 보수집단으로 요약한다.

현 한국 노인세대가 실제로 얼마나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가는 여러 상반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노인세대의 정치적 보수성은 남녀, 계층적 지위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태도이다. 그런데 노인의 정치의식은 생애를 통해 내면화하였던 물질주의와 냉전의식의 영향뿐 아니라 노년에서 경험하는 빈곤과 사회적 소외와 잃어버린 권위에 대한 박탈의식이 결합, 직조되어 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최근 ‘어버이연합’ 이라는 단체가 매스컴에 많이 언급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국민에게 전하고 사랑을 나눔으로써 밝은 사회를 만들자는 목표를 건 노인정치단체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공산주의 빨갱이라고 몰아세우고 어른 대접하지 않는다고 젊은이에게 버럭하는 노인들에게 젊은 세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젊은 세대의 귀감이 되기는커녕 젊은이들은 일하고 있는데 공짜표를 가지고 서울에서 대전까지 왔다 갔다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만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정부도 노인층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해서 효율성이나 공정성을 망각한 채 퍼주기식 정책만 일삼는다고 비판한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세대 공격은 더 노골적이다. 노인은 젊은 세대를 일하지 않는 식충이라고 욕하고 젊은이들은 노인세대를 사라져 버려야 하는 존재로 응수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나이로 군림하려는 장유유서 논리를 싫어하고, 나이든 세대는 자신들이 쓸모없는 존재로 몰아가는 사회에 배신감을 가진다. 소통의 부재에서 서로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강화된다.

현재 세대갈등이 노정되는 데에는 각 세대의 정치, 문화적 정체성의 차이뿐 아니라 서로가 갖고 있는 박탈감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노인은 연장자의 권위가 사라지는데 박탈감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극복되어야 하는 한국 사회의 과제인 분단, 민족, 국가주의 논리가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발전주의 압력에서 노년 무용론의 인식까지 확장되고 있다. 가족에서도 홀대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가족관계를 둘러싼 세대 간, 젠더 간 갈등 상황을 반영한다. 소비와 문화생활에서 노인이 차별을 받는다는 인식은 소비생활에서 평소 경험하는 위축감과 부담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노년은 노동기회가 제약되고 주변적 노동자로 취급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정책 결정과정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잃어버린 권위에 대한 박탈의식이 덧붙여진 정치적 불만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이렇게 총체적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가 부정당하는 상황에서 갖게 된 박탈감과 부정당한 존재 가치를 오랜 논리로 다시 회복하려는 주장이 세대 갈등을 조성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소외된 노동을 강요당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삶,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한국의 땅에 얼마나 될까 비관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노년이 주체적으로 그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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