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범국민 촛불집회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지난 2일(수)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요구하는 대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가 주도한 이번 집회에는 통합진보당, 극빈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다음아고라 등 20여개가 넘는 다양한 단체들을 포함한 시민 1,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방송사 파업으로 언론에 촛불집회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퍼지면서 상당히 많은 수의 시민이 참가해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작 전부터 경찰이 살수차와 호송차를 대기시켰으며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충돌을 빚는 등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심지어 사회자로 예정된 등록금넷의 김동규 조직팀장에게 지난해 10월 발부된 체포영장이 이날 5시에 집행되면서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이 대신 사회를 보기도 했다. 오후 8시30분 경부터 경찰이 불법집회를 해산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보내 집회에 참가하던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등 마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집회 참가자들의 강렬한 참여 의지까지 꺾어놓지는 못했다. 약 세시간 동안 진행된 집회에는 강기갑, 문성근, 정동영, 민중가수 김병수씨 등이 참석해 마이크를 들었으며 대부분의 시간은 시민들의 즉석 자유발언으로 꾸려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 손엔 촛불을 다른 손엔 ‘수입중단’, ‘국민주권 지켜요’가 적힌 작은 피켓을 들고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함과 동시에 재협상을 하기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고 협상 조건을 높이겠다 약속하고도 현재 이를 지키지 않고 검역강화와 조사단 파견이라는 미온적 대응만을 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발언을 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이번에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동물실험을 통해 전염성이 밝혀졌다”며 “이번 사태는 농림수산부 공무원과 쇠고기 수입 협상단만으로 이뤄진 조사단 파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쇠고기 수입을 전격 중단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 최영재 대외협력실장은 “국민에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임에도 정부는 이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막는 데 급급해 우리 국민을 속이고 수입제한조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현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뿐 아니라 4·11 총선, 방송사 파업, 제주 해군기지, 반값등록금, 민간인 사찰, 9호선 요금인상 반대 등 다양한 의제들이 다뤄져 결과적으로 현 정부를 규탄하는 의견 결집의 장이 됐다. 집회 추진 단체 이외에는 단체 간 사전에 모이기로 약속이 돼있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이번 행사에는 여러 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쇠고기 수입 중단과 현 정권 규탄 의제를 공유했다. 사회를 맡았던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국민의 생명에 대한 안전조차 지키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분노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시민들이 모여든 것”이라며 “집회가 자발적인 시민의 결집과 발언으로 이뤄진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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