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자 『대학신문』은, 작년 공대 시설노동자들이 기본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보인 태도는 지난 한해 공대의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는 문제를 넘어서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대는 모든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용역회사를 매개로 간접 고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체계는 실제 사용자로 하여금 모든 책임 소재를 용역회사와 노동자 간의 문제로 쉽게 밀어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사실상 제한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1년 단위로 바뀌는 용역업체를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노동조건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다. 학교와 용역업체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누구에게 기본급을 요구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이들로서는 자신들의 빼앗긴 권리를 요구를 하는 것조차 해고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원청인 학교가 용역업체에게  적정 수준의 노동조건을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측은 공대 시설노동자들의 기본급 미지급 문제가 현재의 법체계상 문제가 없고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청소·경비노동을 사용하고 이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교에서 할 답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자인 청소·경비노동자들의 기본급 삭감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기본급을 삭감하면 다른 수당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기본급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들의 절대액수도 낮아질 뿐 아니라, 낮은 기본급을 만회하기 위한 연장 근무 등에 노동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현 상황에서 계속되는 학교의 책임 회피는 결국 용역업체의 중간착취를 사실상 용인하여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구조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소위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묵살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학교 밖에서도 청소·경비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으며, 수많은 다른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도 승리했다. 학교가 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생각한다면 공대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실제 사용자로서 용역업체가 고용계약을 준수하는지 관리·감독하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담보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수준이 항시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다 책임 있게 노력해야 한다. 

이거송
기계항공공학부·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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