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아동학부
지난 학기, 화이트보드에 뭔가를 적고 있는데, ‘찰칵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학생들이 앞으로 몰린 적이 있다. 휴대폰 사진촬영이었다. 촬영 후, 상당수의 학생들은 사진을 노트북으로 전송해 강의노트에 이미지로 삽입까지 ‘후다닥’ 해치워버렸다. 학생들의 발표시간, 웹서핑과 SNS를 바탕으로 한 막강한 정보력과 놀라운 PPT 작업 기술, 세련된 발표매너까지  ‘요즘 학생들’은 여느 3·4년차 회사원 부럽지 않은 실력을 자랑한다.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고, 2000년대에 회사생활과 강사생활을 한 나에게는 입이 떡 벌어지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학생들의 발표가 끝난 후, 나에게는 꼭 하게 되는 말이 하나 생겼다. ‘-라고 합니다’ 라는 말 대신 ‘-입니다’ 라는 말을 하라는 것, 즉, 인용한 자료를 완전히 자기 자료화하라는 것이다. 시험 답안지와 과제물을 채점할 때에는 작성된 답안이 오롯이 학생 자신의 의견인지, 아니면 나의 강의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딘가에서 그대로 가져온 내용인지 구별해 내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기본이 탄탄한 기교는 너무 아름답다. 그러나 기본을 상실한 기교는 허술하다. 대신, 기본이 충실하면 기교 없이도 알차고 소박하다. 여기에서 기본이란?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직접 경험하여 체득한 자신만의 콘텐츠와 이를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자세다.

나는 ‘소비자학(consumer science)’ 강사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며,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석하는 방법과 현대소비사회의 흐름 및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가르치고 논의한다. 수업을 마치면 프로젝트나 공모전, 그리고 진로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한 학생들이 남고는 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리고 뭔가 있어 보이는 획기적인 답들을 기대한다. 일전에 어느 대기업에게서 신제품 마케팅전략 수립을 의뢰받은 동아리 학생들이 회사 담당자도 모르는 뭔가 새로운 연구방법이 없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업계 최고 전문가들도 모르는 새로운 연구방법이라니? 나는 그 학생들에게 회사 담당자에게 신제품 샘플을 몇개 구해서 타겟 소비자들 몇몇에게 직접 써보게 한 다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하나도 놓치지 말고 관찰하고 인터뷰하라고 권하였다. 성공적인 입사전략을 묻는 학생들에게는 운동화 신고, 수첩과 볼펜, 그리고 카메라를 큰 가방에 넣은 다음 (왜냐하면, 매장에 비치된 모든 카탈로그를 다 넣어서 와야 하니까!), 매장들을 돌아다니라고 조언한다. 어떤 소비자가 무엇을 얼마에 어디에서 어떻게 왜 사는지를 직접 보고, 가끔은 직접 사보기도 하고, 용기가 더 있다면 매장 매니저나 혹은 고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라고 권한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아니 가르쳐줄 수 없는 ‘살아있는 콘텐츠’와 ‘감(感)’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기본기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체력이 뒷받침되는 지금 다져주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여러분이 학과공부와 진로준비를 이렇게 했으면 좋겠고, 인간관계도 이렇게 맺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둘러가더라도 여러분의 기본이 탄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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