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들께 올리는 차자(箚子)
기자님들께 올리는 차자(箚子)
  • 노상균 취재부장
  • 승인 2012.05.12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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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단독'이라는 단어 아래
실제와 사뭇 다른 언론 속 서울대
소통과 현장의 중요성으로
'기자'다움을 발견하다

『대학신문』 학생기자로 활동을 시작하고 벌써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학내 사안을 다루는 취재부 기자로서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또 알아야만 했다. 학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미처 알 수 없었던 학교 이야기는 일간지나 인터넷 뉴스들을 통해 접해야 했다.

그런데 취재부 기자로서의 지난 생활을 돌이켜보면 언론에서 접하는 서울대 이야기는 내가 직접 보고들은 이야기들과 사뭇 다른 때가 많았다. 일간지에 보도된 서울대 보도는 서울대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대’ 이야기였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서울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 뉴스가 된 반면 정작 학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는 서울대 『대학신문』만의 뉴스가 됐다. 때로는 ‘특종’, ‘단독’이라는 미명하에 서울대 뉴스가 왜곡보도 돼 그 사실을 『대학신문』에서 바로잡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학교의 모든 소식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대학신문』 기자들에게 서울대 관련 기사를 바로잡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지만 가끔씩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난주에는 한 일간지 기자가 서울대 총학생회에 대한 기사와 기자수첩을 두 번에 걸쳐 실으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대 총학생회 역사상 처음으로 한 선본만이 출마해 60여표 차이로 선거가 성사됐다는 사실이 세간의 주목을 끄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당 기자가 주목한 사실은 ‘이중투표’라는 다소 자극적인 단어였다. 해당 기자가 ‘무효표’, ‘이중투표’, ‘오차’ 등의 단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중투표’라는 단어와 ‘서울대 총학생회’를 결합해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그는 ‘무효표가 평상시보다 두 배에 이르고 무효표 중 이중투표자가 대거 적발됐다’는 표현을 썼다. 이번 선거에서 무효표와 이중투표는 전혀 관계가 없는 용어임에도 투표를 강권했다는 학생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서울대 총학생회’의 정당성을 훼손하고자 했다.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뒤늦게 해당기자가 낸 기자수첩 기사에는 기자가 착각한 무효표와 오차의 수가 교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인 이중투표는 어느새 통합진보당의 ‘기적의 딱풀’로 둔갑해 버렸다. ‘부실이 관행이었지만 서로 믿었기에 부정이 아니다’는 통합진보당의 변명과 ‘선거세칙도 모르는 기자님이 잘못 아셨다’는 학생들의 직언이 ‘딱풀’로 붙어 동일시된 것이다. 투표 안내가 잘 되지 않아 투표용지에 인주가 번져 무효표가 발생했고, 이중투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방지책이 선거시행세칙에 마련돼있음에도 해당 기자는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로 몰았으며 통합진보당을 비판하기 위해 서울대 총학생회를 이용했다.

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수업과 과제 등에 치여 취재를 전화로 대신하거나 다른 기자에게 취재를 부탁하면서 사실 확인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 채 보도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 때마다 사실 확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배우면서 취재원을 대면하고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했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으면서 자책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간지 기자들이 이른바 특종을 내기 위해서, 소속 신문사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야만 한다면 얼마나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결과에 대해 괴로워할지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현실에 적응한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사실 전달을 내 의지대로 맘껏 할 수 있는 학생기자인 나는 오히려 그런 기자들이 불쌍하게 여겨진다.

일간지 오보때문에 사실 확인 차 만났던 한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기자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기자를 건드려봐야 좋을 것 없다”는 말씀에서 기자의 권력을 알 수 있었다. 기자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사실 확인에 충실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자의 기자수첩에서 ‘학생이면 학생다웠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잠시 빌린다. “기자는 기자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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