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17개 대학 조사 결과, 선거관리인력 확대·온라인투표 도입·투표율 조정 등 자구책 실시중

최근 몇년간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제53대 총학 선거는 투표율 미달로 두 차례 무산된 끝에 가까스로 성사됐으며 지난해 실시된 제54대 총학 선거도 연장투표 끝에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총학 선거는 매번 연장투표, 무산 등으로 점철되며 위기를 맞고 있지만 지난달 제54대 총학 재선거가 성사되며 총학 선거의 위기는 또 잊혀질 처지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는 선거 때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학생들의 무관심 및 총학에 대한 신뢰 하락 등이 주로 지적됐지만 일각에서는 제도 개선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서울시내 17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시립대, 연세대, 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의 총학 선거 제도를 참고해 서울대 총학 선거 제도의 개선 방향을 모색해봤다.

사진: 남상혁 기자 as0324@snu.kr

◇선거 투표소 관리에 단과대 참여 확대=지금까지 서울대는 투표소 관리를 선관위와 선본이 함께 맡아 왔으나 출마 선본 및 선본원의 수가 감소하며 투표소 관리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사상 처음 단독 선본이 출마한 이번 제54대 총학 재선거의 경우 단과대 학생회가 투표소 관리에 참여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은 앞으로도 단과대 차원의 투표소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사범대 학생회 학술국장 훈녕씨(사회교육과·08)는 “단과대가 투표소를 관리할 경우 선거 인력을 충원하고 학생들에게 투표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호씨(서어서문학과·09)도 “선본과 단과대가 함께 투표소를 관리한다면 인력 문제와 관리 미숙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 대학의 경우에도 대다수의 학교가 전 총학 및 단과대 학생회가 함께 참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투표소를 관리하고 있다. 『대학신문』이 조사한 서울시내 17개 대학의 경우 이 중 14곳이 투표소 관리에 단과대가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오준규씨(법학부·08)는 “원래 총학과 단과대학생회는 연계조직이기 때문에 총학 선거를 함께 관리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안장치 마련된 전자투표제 도입=서울대는 타 대학보다 넓은 캠퍼스로 인해 20~30개의 많은 투표소가 설치된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투표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선거 무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투표제를 실시해야 하다는 의견이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2010년 『대학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총학 선거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중 45.2%는 ‘선거제도에 전자투표와 같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대학신문』 2010년 11월 14일자).

그러나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전자투표 도입 후 접근성 증대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문대 학생회장 염동혁씨(국사학과·08)는 “지난 2009년 부정선거 의혹이 발생한 이후 선거의 공정성 확보가 학생들의 정서상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러한 우려만 해소할 수 있다면 전자투표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타 대학중 고려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등은 온라인 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는 낮은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 2007년 11월 이후 전자투표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그 후 연장투표는 단 한 차례 밖에 발생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총학 선거 투표율은 57.2%로 이전에 비해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종전에 45% 정도에 불과했던 투표율이 전자투표 도입 후 53%로 올랐으며 전자투표자 수가 투표자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명여대의 경우에도 학내 인트라넷을 이용한 전자투표가 약 7~8년 전 도입된 후 선거 무산을 겪는 사례가 없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박종찬씨(식품자원경제학과·00)는 “대리투표의 가능성 등 온라인 투표 도입에 학생들의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모바일 본인 인증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현재까지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 성사 기준 투표율 50% 재논의=현재 서울시내 다수의 대학이 선거 성사기준 투표율을 50%로 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낮은 투표율로 인해 선거 성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성사 기준 투표율인 50%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학신문』 설문조사 결과 총학 선거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중 37.7%는 ‘선거 무산 근거인 50% 투표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대학신문』 2010년 11월 14일자).

타 대학의 경우 서강대는 2010년 선거 무산 후 성사 투표율 50%를 33%로 낮췄으며 서울시립대도 2009년 기준 투표율을 40%로 조정했다. 단국대의 경우 아예 성사 기준 투표율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선거 성사 투표율에 대해 서강대 총학생회장 고영욱씨(철학과·05)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투표와 마찬가지로 기권의 권리가 보장된다면 투표율의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며 “33%로 낮춘 이후에도 학생자치기구로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표 성사율 조정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대 제54대 총학 재선거관리위원장 연창기씨(영어영문학과·10)는 “50% 투표율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를 무작정 폐지했을 경우 학생들의 자치기구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선거 제도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현 총학은 선거 제도 개선에 앞서 학생들의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준규씨는 “선거 제도와 관련된 공약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 이전에 총학의 신뢰 회복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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